미 해군 특수 부대 네이비씰 요원들.@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남 탓을 안 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타인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격언을 떠올리면서 사회생활을 한다고 자부했죠.

그런데 미 해군 특수 부대인 네이비씰 출신의 조코 윌링크(Jocko Willink)가 쓴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을 읽으면서 제가 큰 착각에 빠져 살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3개 파트, 12개 챕터로 나뉘어 있지만 핵심은 오직 하나입니다. 극한의 오너십입니다. 오너십은 리더십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의문을 품은 채 책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조코 윌링크는 극한의 오너십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남 탓을 안 하는 정도를 넘어 자기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의 오너가 되는 겁니다. 내 영역 안에서 벌어진 상황이라면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단 얘깁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하철 고장으로 직장에 지각할 경우,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시험공부에 집중하지 못 하는 경우, 길을 가다가 피해준 것도 없는데 불쾌한 욕설을 들은 경우 저를 비롯해 일반적인 사람은 자기 책임이라고 여기지 않을 겁니다.

반면 조코 윌링크는 극한의 오너십을 발휘해햐 한다고 할 겁니다. 왜 좀 더 빨리 집을 나서지 않았나, 비상금을 마련해 두지 않았나, 괜히 쳐다보거나 하진 않았나 하라는 거죠.

솔직히 반발감이 생깁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라크 전쟁에서 숱한 생사의 고비를 넘은 조코 윌링크의 설명엔 경험에서 우러나온 설득력이 있습니다. 벌어진 상황은 되돌릴 수 없기에 수습책을 빨리 시행해야 하고, 그러려면 내가 모든 일을 책임지고 앞장선다는 극한의 오너십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극한의 오너십을 염두에 두니 다른 건 몰라도 멘탈 관리는 잘 됩니다. 개인적으로 설 연휴 직전에 휴대폰이 완전히 먹통이 된 데다 업무 노트북까지 블루스크린이 수시로 떠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짜증이 치솟고 욕설이 절로 터져 나올 만큼 기분이 나쁩니다. 그래도 극한의 오너십을 되새기면서 마음을 다스립니다. '왜 진즉 낡은 휴대폰을 새 걸로 바꾸지 않았나. 노트북도 미리 자료를 백업해 두고 포맷해야 했다' 하면서요.

예전 같으면 '설인데 정말 재수 없다. 올해 정말 김새네'라고 불평불만을 속으로 늘어놓았을 겁니다. 다른 이에게 표출한 게 아니니 남 탓을 하진 않았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면서요. 하지만 극한의 오너십에 비춰 볼 땐 남 탓을 하는 거죠. 자기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의 오너가 되지 못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을사년 새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계엄과 탄핵으로 정국은 혼란하고 국민은 양쪽 진영으로 갈라져 상대방에게 마구 손가락질을 해댑니다. 이럴 때 사람들이 극한의 오너십을 익힌다면 갈등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