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대규모 시가행진까지 펼친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 대해 뒷말이 무성해서 씁쓸한 기분이다. 지난해인 2023년 치러진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 이어 연속으로 치러진 이번 행사가 국민들의 축하와 격려, 응원보다는 아쉬움과 질책이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국군의 날은 군의 사기와 명예를 드높이는 중요한 날이자 기념일이다. 국가를 수호하는 듬직한 군인들의 강한 면모와 국방력을 자랑하는 자리이기도 해서 전 세계 국가들이 성대하고도 멋진 행사로 치르는 것이 국군의 날 행사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더욱 더 성대하고 과장된 행사를 과시해 적과 우방국의 관심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북한과의 군사적 대차와 이념적 대립이 치열했던 1980년대부터 현재와 같은 규모로 행사를 치러 북한에게 뭔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했다.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연례행사처럼 여겨졌다. 국민들도 국군의 위용에 대해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이번 국군의 날 행사를 두고는 말이 많다. 작년에 했는데 또 하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거나 군인들을 고생시킨다는 반응, 1회성 행사에 너무 많은 예산을 낭비한다는 등 행사의 불필요성을 가장 많이 질타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행사의 형식에 대해서도 생일을 맞은 군인들을 격려하는 방법이어야 한다는 반응이 많아 대규모의 행사가 부적절하고 많은 군인들이 동원되어 무더위 속에서 고생시킨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결국 정치적인 이유와 목적으로 국군의 날 행사가 이용되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내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국방부와 정치권에도 이런 문제점을 충분이 예견했음에도 결론적으로 행사가 그대로 강행된 점이다. 국방부는 과연 군인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냈는지도 궁금하다. 아마도 정치적으로 결정되었기에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든다.
내가 2013년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행사를 경험했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당시 행사단의 홍보처 홍보과장으로 근무하면서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이후까지 지켜봤기에 행사를 위해 많은 인원과 장비가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고생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내가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고생을 했을 것이다. 행사 준비를 위해 4천 명이 넘는 장병과 많은 장비들이 행사장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안보의 구멍일 수 있다. 그것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을 자대를 떠난 서울공항에 모여 행사 연습을 해야 하기에 어느 곳에서는 제 공백이 생긴 것은 당연하다.
국군의 위상을 과시해 국민들에게 자주국방의 위용을 과시하고 국제적으로는 한국과 한국군의 위상을 홍보하는 중요한 자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국군의 날 행사가 올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이전 정부와 달리 작년에 행사를 또 했다는 점이다.
통상 대통령 재임기간 1회의 대규모 행사를 법으로 정해 놓고 국방부 훈련으로 장관의 판단으로 더 할 수 있다는 여지를 이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과연 이번 행사가 누구와 무엇을 위한 행사였는지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이다. 이러다가는 내년에도 또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사용하는 국군의 날 행사가 과연 효율적인지도 따져야 한다. 한국 무기를 선보이는 기회로 방산 수출에도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효과와 파급력도 있지만, 꼭 이런 행사가 아니어도 충분히 국산무기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자랑하는 기회는 많다. 방산 수출은 어차피 국가 대 국가의 정치적 협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돈이면 군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견이 많은 것도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준 것이다. 장병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편의시설 개선이나 시설 보완이 더욱 필요한 분야이기에 이런 요구도 나왔나 생각한다. 아직도 사회보다 열악한 시설과 환경이 많아 병사들이 군에 와서 불편을 겪거나 군의 위상을 저해하는 수준의 환경 개선이 더욱 시급한 과제다.
보여주기 식이나 1회성의 가식적인 행사나 활동보다 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것에 신경을 쓰고 노력하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 국군의 날 행사가 끝난 행사장을 보면 그 끝을 알 수 있다. 군은 줄 맞춰 잘 행진하고 깨끗하게 도색된 장비를 보여주는 것이 본연의 모습이나 역할이 아니다. 군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것에 시간과 노력, 예산을 사용하자.
국민들은 다 안다. 예전처럼 할 말이 있어도 입을 다물거나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국방부는 귀를 열고 국민의 채찍을 들어야 한다. 군인들을 고생시키는 국군의 날 행사가 아니라, 군인이 즐겁고 신나는 국군의 날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 돈 쓰고 욕먹는 실수는 이제 그만하자.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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