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서평] 미생보다 재밌지만 씁쓸한 '퇴사의 추억'

회사 생활·눈치 문화와 보여주기식 업무 현실감 살려 서술

이상우 승인 2024.09.30 01:00 의견 0

퇴사의 추억.@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10년 전 미생이라는 직장 드라마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기업 샐러리맨의 애환을 가감 없이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죠.

이 자리에서 소개할 '퇴사의 추억'은 삼성판 미생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4년간 삼성전자를 다닌 장수한 퇴사학교 대표입니다. 본인이 직접 경험한 입사, 연수원, 첫 출근, 직장 내 인간관계, 보고서 작성, 사무실 분위기, 출장, 조직 개편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죠. 드라마였던 미생보다 현실감이 느껴져 흥미진진합니다.

다만 퇴사의 추억은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국내 최고 기업 삼성전자조차 눈치 보는 문화, 보여주기식 업무와 보고에서 벗어나지 않아서죠. 장수한 대표가 느낀 실망감이 이해가 갑니다.

더불어 장수한 대표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퇴사의 추억을 읽다 보면 '이 사람 성과에 죽고 살아야 하는 회사원 체질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 곳곳에 삼국지를 비롯한 교양서가 인용돼 있어서죠. 사회 혁신이 꿈이라는 점도 그렇고요. 정치인이나 기자에 적합한 이가 대기업을 다녔으니 아귀가 맞을 리 있겠습니까.

그래도 퇴사의 추억은 조직을 떠나는 선택을 낭만화하지 않은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합니다. 장수한 대표는 사직서를 제출한 심정에 대해 '불안하지만 후회는 없다. 후회는 없지만 불안하다. 두 가지는 같은 말이지만 다른 말이고 또한 둘 다 사실이다'고 했습니다. 차분한 서술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잔류와 사직을 두고 고민합니다. 결단을 내리기 전 퇴사의 추억을 읽으며 숨을 고르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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