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폭염이 더 무서운 일본 자위대

에어컨 없는 장갑차 전차
14kg 방탄조끼 여름 열사병 우려

이정현 승인 2024.07.09 10:47 의견 0
훈련 중인 육상자위대의 10식 전차. @육상자위대


[뉴스임팩트/이정현 통신원] 전 세계적으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며 폭염과 한파, 홍수 같은 이상기후가 점차 빈번해지고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환경변화는 임무수행에 있어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내고 군인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데 일본은 검색사이트에 자위대라고 입력하면 열사병이 연관검색어로 표시될 정도로 여름마다 극심한 무더위에 시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예로 육상자위대의 모든 장갑차에는 에어컨이 없다. 거대한 쇳덩어리에 가까운 장갑차는 열을 쉽게 흡수하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장갑차 위에서 계란이 익을 정도고 실내는 방어를 위해 매우 작은 창만 달려있어 바깥보다 기온이 높고 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생화학전 상황에서는 차체를 밀폐하고 내부 기압을 올려 외기의 침투를 막아야 하는데 한여름에는 장갑차 안에서 병사들이 30분도 못 버티고 더위에 기절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도 수차례 지적해왔다.

전차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아 가장 최신식인 10식 전차에도 승조원용 에어컨은 빠져있다. 미쓰비시 중공업이 개발과 제조를 담당해 2012년부터 배치된 전차지만 처음 설계 단계부터 방위장비청도 육상자위대 관계자 그 누구도 에어컨을 고려하지 않았다.

시제품이 나온 후에야 더위 대책에 대한 지적이 발생하자 기기냉각용 에어컨을 서둘러 추가했지만 말 그대로 전차의 열을 식히기 위함일 뿐 승조원용이 아니기 때문에 전차 내부가 시원해지는 일은 없다. 더 구형인 90식과 74식 전차는 이마저도 달려있지 않아 훈련 때마다 거대한 찜통이 되어버린다.

더 최근인 2016년에 채용된 16식 기동전투차에도 에어컨은 없는데 방위장비청이나 자위대가 아닌 재무성의 요청으로 올해 처음 승조원용 에어컨을 추가 탑재하기 시작할 정도로 유독 더위 대책에 인색한 곳이 바로 자위대다.

자위대원들의 개인장비들도 마찬가지다. 보급된 방탄조끼는 너무 구식이라 열악한 성능은 둘째 치고 14kg이라는 고중량에 환기성까지 나빠 자위대원들도 사우나 슈트라고 부르며 입기를 꺼려한다. 거점방어라면 어떻게든 쓰임새가 있겠지만 바깥에서는 걷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흘러 야전(野戰)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올해부터 포탄 파편을 막아주는 소프트아머와 총탄을 막아주는 방탄판을 분리할 수 있는 경량화 된 18식 방탄조끼가 보급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예산 부족으로 8000세트만 조달된 탓에 자위대 전체에 보급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육상은 물론 해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도 극심한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런 불합리함과 불편들이 가중되면서 자위대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지원율은 매년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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