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케네디, 아베도 당한 정치인 테러 기승

슬로바키아 총리 저격 멕시코 시의원 사망
독일 드레스덴 유럽의회 의원 마티아스 에케 중상

박종국 승인 2024.06.12 10:15 | 최종 수정 2024.06.12 10:25 의견 0
총상을 당하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슬로바키아 총리@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종국기자]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의 역사는 인류역사만큼 오래됐다.

로마제국의 최고실권자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흔히 시저로 알려진 인물)는 기원전 44년 원로원 회의에 참석하려다가 정적에 의해 암살되었고,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혁명정부의 주역이었던 로베스피에르 등은 왕권복귀를 꾀하던 왕정파들을 무차별적으로 암살하면서 공포의 테러정치를 펼쳤다.

근대에는 에이브라함 링컨 전 미국대통령이 극장에서 암살됐고, 프란츠 페르디난트 오스트리아 헝가리제국의 황태자 부부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사라예보에서 암살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의 단초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에 이르러서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 등 수 많은 정치인들이 테러의 희생양이 됐다.

한동안 잊혀졌던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가 최근 유럽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에서 유럽의회 선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7일(현지시간)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신원미상의 남자에 의해 피습을 당해 유럽을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앞서 로베르트 슬로바키아 피초 총리는 지난달 15일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은 남성이 쏜 총을 맞고 중상을 입고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가 최근 퇴원했다.

독일에서는 지난달 4일 드레스덴 시내에서 선거 포스터를 붙이던 유럽의회 의원 마티아스 에케가 괴한 4명에게 공격받아 중상을 입었고, 같은 달 8일에는 프란치스카 기파이 베를린 경제장관이 뒤에서 날아온 가방에 머리를 맞기도 했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정치인들을 겨냥한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일제히 규탄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비열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분개했다.

멕시코에서도 여성 정치인이 피살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지난 2일 헌정사상 멕시코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가운데 멕시코 게레로주 틱스틀라에서 자택을 나서던 시의원 에스메랄다 가르존이 집 앞으로 찾아온 무장한 남성들의 공격을 받고 사망한 것이다.

서방에서는 정치인을 향한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 사회적 불안을 틈타 극단주의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이민자 문제가 주요국들의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반이민 정서에 기반한 극우정당이 득세하는 것도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를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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