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다시 핵의 시대가 온다, 미 러 중 핵개발 경쟁

“러시아, 중국, 북한 모두 핵무기를 위험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충하고 다변화”
  전세계 핵무기 수 대략 1만3000여기 러시아 5400 보유

최진우 승인 2024.06.10 13:42 의견 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생산기지를 방해 현장을 점검하고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한동안 잠잠하던 핵무기 개발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빠르게 핵무기를 확충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에 맞서 핵무기를 더 늘릴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파악하고 있고, 추가적으로 핵무기 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맞서 러시아는 미국이 추가로 핵무기를 배치할 경우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핵전쟁 위협이 베를린 장벽 붕괴이후 최고조에 달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핵무기 증강론이 나오게 된 배경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핵관련 움직임이다.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군비통제협회(ACA) 연례회의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 모두 핵무기를 위험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확충하고 다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즉각 발끈했다. 바디 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어느 누구와의 어떤 대화도 중단하지 않았다”며 “우리에게 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우리는 대화를 거절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이 핵무기 배치 수를 늘릴 경우 러시아도 핵 교리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대응원칙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핵위협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단골 레퍼토리처럼 등장하곤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과 관련해서 “필요하다면 핵무기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고 수 차례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본회의에서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 교리를 수정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입맛에 맞게 핵무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엄포도 빼놓지 않았다.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스푸트니크 통신에 푸틴 대통령이 이미 전날 핵 교리에 대해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면서 “(핵 교리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 일부 수정이 채택될 것”이라고 말해 단순히 엄포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역시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북한은 공공연하게 핵무기 개발을 대내외에 밝히며 핵보유국임을 스스로 자랑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여기에 맞서 새로운 핵 시대의 현실을 반영해 ‘핵무기 운용 지침’을 최근 개정하는 등 러시아, 중국, 북한의 핵위협에 적극 대응할 것임을 천명했다.

바이 선임보좌관은 “(핵무기 운용) 지침은 러시아, 중국, 북한을 동시에 억제할 필요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국들을 수적으로 앞서기 위해 핵전력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적국 핵무기의 궤도에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우리는 몇 년 뒤 현재 배치된 핵무기 수를 늘려야 할 시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 핵무기 수는 대략 1만3000여기로 파악되고 있다. 핵비확산조약(NPT)에서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국가별 핵무기 수는 러시아가 5400여기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은 5200여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외에 NPT가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국가는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이며, NPT 미가입국가 중에서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핵을 보유중이며, NPT 회원국이었다가 탈퇴한 북한 역시 핵무기를 보유중인 것으로 국제사회는 인식하고 있다.

냉전 당시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수를 늘리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고, 그 결과 1960년대부터 1990년까지 전세계 핵무기 수는 최대 10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냉전이 사실상 끝나면서 핵무기 개발은 수면아래 잠잠해졌는데, 이런 와중에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비밀리에 핵무기 확장에 나섰고, 북한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가장 활발하게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어 현재는 최소 50여개, 최대 100기의 핵탄두를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은 무기의 치명성과 엄청난 파괴력으로 인해 보유는 하되, 쉽게 사용하기 힘든 무기로 인식된다. 핵을 사용할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핵의 보복을 받게 되면, 어느 국가도 치유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대국들이 다시 핵무기 수를 늘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핵무기 보유에서 상대방에 대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만에 하나 벌어질지 모를 핵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의 생존이 칼날 위에 서 있다”며 핵보유국들이 핵확산과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상대가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강대국인 탓에 호소가 먹힐리 없어 보인다.

냉전이 끝난지 33년이 지났음에도 핵무기는 여전히 인류 생존의 최대 위협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한국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손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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