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소버린 SK 공격 악몽 재현되나… 우려 커지는 재계

"이혼소송 2심 판결이 해외 사모펀드에 SK 뒤흔들 기회 줘"

이상우 승인 2024.06.10 07:01 | 최종 수정 2024.06.10 09:59 의견 0

SK그룹 표지.@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 2심에서 나온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 액수로 인해 SK그룹 지배 구조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 차례나 SK그룹을 뒤흔든 적이 있는 해외 사모펀드가 재산 분할 리스크를 파고들 거라는 얘기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2017년 7월부터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2022년 1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 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달 30일 2심 재판부는 위자료를 20억원, 재산 분할 액수를 1조3808억원으로 변경했다. 최태원 회장 측은 2심 판결에 반발해 상고 의사를 밝혔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10일 "만약 대법원이 2심과 같은 판단을 하면 최태원 회장은 1조3808억원을 감당하기 위해 들고 있는 SK그룹 주식을 상당 부분 내다 팔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해외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노리고 SK그룹을 위협할 수 있다. 타이거, 소버린 사태가 재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현금성 자산 2000억~3000억원, ㈜SK 1297만5472주(지분율 17.73%), 특수목적법인(SPC)과의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통해 얻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1조3808억원을 맞추려면 주식에 손을 대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TRS는 보장매입자(protection buyer·총수익매도자)와 보장매도자(protection seller·총수익매수자)가 거래하는 신용 파생 상품이다. 보장매입자는 주식, 채권 같은 기초 자산에서 발생하는 모든 자본 이득과 손실을 보장매도자에게 이전한다. 대신 보장매입자는 보장매도자로부터 약정 이자를 받는다.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주식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은 해외 사모펀드엔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호기일 수 있다. 참고할 선례도 있다. 1999년 미국계 헤지펀드 타이거가 SK텔레콤 지분 6.6%를 확보한 뒤 경영권을 다툰 사례, 2003년 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이 ㈜SK 지분 14.99%를 취득한 다음 경영권에 도전한 케이스다. 헤지펀드는 사모펀드의 일종으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타이거, 소버린 모두 경영권 탈취엔 실패했지만 SK텔레콤과 ㈜SK 주식을 매각해 막대한 이익을 봤다. 타이거는 6300억여원을 벌어들였다. 소버린은 배당금과 환율 변동까지 고려해 1조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챙겼다.

해외 사모펀드로선 SK그룹 지배 구조를 찔러 경영권을 빼앗으면 최고로 좋지만 안 풀려도 충분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길 법하다. 지난 4일 미국 언론사 블룸버그통신까지 이혼소송 2심 판결로 SK그룹이 헤지펀드 공격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원이 해외 사모펀드에 SK그룹을 휘저을 기회를 준 꼴"이라며 "재계 2위 SK그룹의 지배 구조 위기가 현실화하면 그 파장은 국내 경제 전체에 미칠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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