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스스로 격 떨어뜨린 효성 조현문

선친 유언 곧이곧대로 못 받아들이는 속좁음 드러내

이상우 승인 2024.05.21 07:00 의견 0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며칠 전 법조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 입장문이 돌았습니다. 형제간 우애를 강조한 선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유언에 대해 나름대로 의견을 발표한 거죠.

조현문 전 부사장은 "유언장 입수, 형식, 내용이 불분명해 상당한 확인과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어떤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진 오랜 기간 경영권 분쟁을 치르면서 조심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수긍할 만했죠.

문제는 다음 구절이었습니다. 그는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아직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는 데다 지난 장례에서 상주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형제는 형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동생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을 일컫습니다.

가족과 의절하고, 선친과 형을 검찰에 고발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난을 퍼부은 건 조현문 전 부사장 본인입니다. 자신은 가족을 헐뜯어도 되고 형제들은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걸까요. 선뜻 납득이 안 됩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사리 분별을 할 줄 안다면 선친 유언에 옷깃을 여미는 모습부터 보여야 했습니다. '아버지 말씀대로 가족은 천륜이다. 사법 문제는 그것대로 풀되 형제가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 정도로 말이죠.

재계에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본보기로 삼을 인물이 있습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입니다. 2000년 현대그룹 왕자의 난 때 정몽구 회장은 동생 고(故) 정몽헌 회장에게 패해 당시엔 변방이었던 현대차그룹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럼에도 정몽구 회장은 형제의 끈을 놓지 않았고 정몽헌 회장 장례식 땐 맏상제 역할을 했습니다.

정몽구 회장이라고 동생이 노엽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싸워도 혈육은 감싸 안아야 한다는 분별력을 발휘해 품격을 지킨 겁니다. 반면 조현문 전 부사장은 아버지의 마지막 바람조차 곧이곧대로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속 좁음을 드러내 스스로 격을 떨어뜨린 거죠.

조현문 전 부사장은 서울대 학부와 미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온 엘리트입니다. 하지만 그는 똑똑한 두뇌를 가졌을지언정 아량이 부족했습니다. 공연한 적을 만들어 입지만 좁혔죠. 지금이라도 조현문 전 부사장이 선친 유언을 제대로 받아들여 형제들에게 마음을 열길 바랍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효성그룹의 분란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고 여겨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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