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KF-21 분담금 ⅓만 내겠다”...유동성 부담 커지는 KAI

KAI 현금성자산 5369억원...KF-21 초도 물량 구매 규모를 축소 우려까지

이나현 승인 2024.05.08 13:42 의견 0
KF-21 보라매 전투기@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이나현기자]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매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게 됐다.

8일 방위사업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초음속전투기 KF-21 공동 개발 사업에서 ‘덜 내고 덜 받는’ 안을 제안했다. 당초 약속된 개발 분담금의 37%(6000억원)만 내는 대신 기술 이전도 3분의 1만 받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남은 1조원의 비용은 우리 정부와 KAI측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KF-21 사업은 2015년부터 2028년까지 전체 개발비 8조8000억원을 우리 정부, KAI, 인도네시아가 각각 60%, 20%, 20%씩 공동 부담하는 구조였다. 인도네시아는 사업 참여를 통해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고, 차세대 전투기 48대를 현지 생산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KAI 사천공장에 현지 기술자 30여명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약대로면 인도네시아는 2026년 6월까지 1조7000억원을 완납해야 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정상 납부한 것은 계약 첫해(500억원)에 불과했다. 경제난 등을 이유로 2019년 1월까지 2272억원만 내고 4년 가까이 연체를 이어오다가, 2022년 11월 94억원, 지난해 2월 417억원, ‘덜 내고 덜 받는’ 제안을 한 뒤 1000억원을 추가 납부하면서 누적 4000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분담금을 팜유 등 현물로 내겠다고 하거나 납부 기한을 2034년까지 연장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는 우리 정부가 울며 겨자 먹기로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수용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F-21 개발이 이미 막바지 단계라 개발 비용을 줄일 수도 없고, 인도네시아를 대체할 협력국을 찾기도 어려워서다. 정부는 내년 KF-21 사업에 편성될 예산을 미리 당겨서 쓰고, KAI도 개발비를 더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KAI의 현금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라 시선이 쏠린다. 올 1분기 기준 KAI가 보유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5868억원에서 728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공모채 5000억원을 모두 현금으로 갚으면서 유동성이 줄었다.

또 지난달 KAI는 만기가 임박한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금리 1.658%) 상환과 운영자금 5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1000억원 규모인 2년물 금리는 4.008%, 2500억원 규모인 3년물 금리는 4.082%로 결정됐다. 고금리 시기에 발행한 회사채라 향후 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KAI의 수주 잔고가 지난해 말 기준 21조8000억원에 달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매출 인식이 지연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내 수리온 사업의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고, FA-50 폴란드 수출 건은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서다.

더 큰 문제는 인도네시아가 KF-21 초도 물량 구매 규모를 축소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KF-21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지난 3월 강구영 KAI 사장은 KF-21의 가격이 대당 8000만달러(약 108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 기종으로 꼽히는 프랑스 라팔은 후속 군수 지원 프로그램 포함 대당 1억9000만달러(약 2600억원), 유럽연합(EU)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는 1억유로(약 1460억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이미 KF-21 생산 기술을 빼돌려 놓고 분담금 삭감을 요구하는 것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올해 1월 인도네시아 기술진 2명이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자료를 담아 회사 외부로 반출하려다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어 의혹이 증폭됐다.

다만 방사청은 경찰 수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이와 연계하지 않고 인도네시아 측과 협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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