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주택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 인플레이션 심화로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코로나 이후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집 구하기는 이제 하늘의 별따기다. 주택난은 자기집이 없이 세를 사는 젊은층에게 생활비 상승과 함께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뉴스임팩트는 유럽 현지를 방문해서 코로나 이후 무섭게 뛰고 있는 주거비 현상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포르투갈 파루/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코로나19 이후 거의 모든 유럽국가들이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포르투갈로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특히 휴장지로 알려진 포르투갈 남부에는 북유럽 사람들로 인해 각종 물가가 뛰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남부 휴양도시 파루는 대도시는 아니지만,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손꼽히는 휴양지다. 인구 6만7600명에 불과한 이 소도시는 휴가를 즐기려는 유럽인들로 인해 크게 붐비고 있었다.
기자가 리스본에서 차로 3시간 정도를 운전하여 이 곳에 도착했을 당시, 파루는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다. 파루의 밤풍경은 해변과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웠다. 늦은 저녁을 선호하는 남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파루의 저녁은 보통 오후 8시에 시작되지만, 관광객들 때문에 6시30분이나 7시쯤 다소 일찍 문을 여는 식당들이 많았다.
파루 해변가에 위치한 L식당을 찾았더니 7시도 채 안되었는데, 이미 식당은 손님들로 대부분의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다양한 언어가 귀에 들어왔다.
이 레스토랑 주인 마르퀘스씨는 이 곳에서만 3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기간에 힘든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수입이 꽤 늘었다”면서 “관광객 수만 보면 오히려 코로나 이전 수준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메뉴판의 가격을 보니, 스페인이나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것처럼 보였는데, 사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가격이 30% 정도 올랐다고 마르퀘스씨는 털어놨다.
“식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더 큰 문제는 인건비입니다.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 시급을 크게 올리다 보니, 음식값도 덩달아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파루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또다른 해변가 휴양도시 알부페이라도 사정은 비슷했다. 알부페이라는 고급 콘도와 휴양시설이 들어서 있어 본격적인 휴가시즌에는 유럽인들이 30만명 정도 몰리는 곳이다. 이 곳 인구가 4만명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휴가시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이 곳이 북적거리는지를 짐작케 한다.
알부페이라에서도 고급호텔로 유명한 T호텔 프론트 매니저 파비오씨는 “현재 여름시즌의 객실은 이미 다 예약이 끝났다”면서 “여름휴가시즌과 크리스마스가 이 곳에서는 가장 사람들이 많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것 자체는 이 곳 파루 시민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숙박값이 오르고, 외식비 등 다른 생활물가까지 들썩이면서 불편함도 뒤따르고 있다.
파루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는 파티마씨는 “코로나 이전만 해도 월세 600~700유로면 2명이서 방을 공유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00유로는 줘야 비슷한 방을 구할 수 있다”면서 “집이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자기집을 갖고 있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재앙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파루 관광청에 따르면 올들어 3월말까지 파루를 찾은 외부 관광객은 대략 1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말까지 500만명 이상이 이 곳을 찾을 것으로 관광청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50% 가량 웃도는 인원이다.
파루 관광청 관계자는 “파루가 관광지로 자리잡으면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수입이 늘어난 것이 긍정적이지만, 그로 인해 집값과 식비 등 다른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파루 전체로 보면 주민들이 좋아할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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