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①] 대통령 재출마로 21세기 차르를 꿈꾸는 푸틴

최진우 승인 2023.11.07 13:12 | 최종 수정 2023.11.07 13:59 의견 0
푸틴 러시아 대통령@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선거에 출마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민감성으로 아직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안팎에서는 푸틴이 이미 결심을 굳히고 발표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푸틴은 구 소련시절 KGB 소속으로 근무하던 정보요원 출신이다. 1990년대 소련붕괴 직후 정계에 진출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직을 거쳐 보리스 옐친 정권에서 총리를 역임했다.

1990년대는 러시아에게는 악몽같은 시기로 여겨진다. 페레스트로이카로 대변되는 개혁 개방정책을 통해 사실상 소련의 디딤돌을 놨던 고르바초프 서기장에 이어 등장한 옐친은 혼란한 정세를 헤쳐나갈 능력이 안됐다.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재임 초기에는 러시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이후 거듭된 경제실패와 최고회의 해산을 계기로 국민들의 신임을 잃었다.

옐친의 재임기간 중 러시아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했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일반인들은 빈민층으로 떨어지는 등 건국이래 가장 긴 불황을 겪었다. 옐친이 총리로 임명한 푸틴은 이런 위기 속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진 정치인이었다.

KGB 출신이란 한계가 있었지만 푸틴은 KGB에서 갈고닦은 정치적 음모를 십분 활용했다. 옐친이 건강악화로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자, 옐친의 뒤를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그는 가장 먼저 체첸반군을 공격했다.

2018년 러시아 대선@연합뉴스


푸틴은 잇딴 테러공격으로 러시아 국민들의 자존심을 긁었던 체첸반군을 순식간에 제압해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 여세를 몰아 푸틴은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첫 임기 중 옐친 시절 러시아 부를 독점했던 올리가르히(재벌)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과 개혁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환심을 산 푸틴은 2004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곰과 싸우는 모습을 연출하거나 눈밭에서 웃통을 벗어던지고 달리는 그의 모습은 과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강국 러시아의 부활을 열망하던 수 많은 러시아인들을 열광케 했다.

푸틴은 높은 인기에 힘입어 2번째 임기 종료 이후에는 대통령 3연임을 금지한 헌법을 우회하기 위해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직을 넘기고 자신은 총리로 자리를 바꿨다. 대통령은 허수아비이고 실질적인 1인자는 푸틴이었다.

자신이 내세운 측근인 메드베데프는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였고, 개정 헌법이 적용된 2012년 선거에서 푸틴은 다시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8년 선거에서도 대통령에 다시 당선된 푸틴은 2020년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푸틴이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서 당선되면 그는 2030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해 다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2036까지 권력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52년생으로, 올해 71세인 그는 고령의 나이에도 크렘린궁에서 끝까지 권력을 틀어쥘 수 있는, 사실상 영구집권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를 기록한 푸틴은 한때 서방에서도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통했다. 푸틴 역시 서방이 원하는 러시아의 지도자임을 부각하며 국제사회와 어울리는 듯 했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그가 꿈꾸는 러시아가 결코 서방세계와는 어울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푸틴은 반서방 외교를 기조로 러시아의 패권을 유지하고, 과거 소련 시절 누렸던 영향을 회복하는 것을 제1의 정치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신을 견제할 정적을 숙청하고, 바깥으로는 잃어버린 영토를 확장해 과거 소련 연방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영토확장과 영구집권은 가히 21세기 차르를 꿈꾸는 푸틴의 야망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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