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아마도 최근 국방부와 군 관련 이슈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문제일 것이다. 일제 식민지시대 항일운동과 독립운동의 상징인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세워져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 이전한다는 육사와 국방부의 입장을 보도하면서 정치적인 대력까지 불거지면서 문제가 크게 확산되었다.
지난 8월 29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국방부 대변인이 어쩔 줄 몰라하며 사과까지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의 이전 문제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관련 내용에 대한 질문에 어설픈 대응을 하다 기자들에게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는 모습이 언론에 비춰지면서 국방부가 망신을 당한 일이었다.
이날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국방부의 정치색과 이념주의, 갈팡질팡 정책 등과 같은 비판적인 비난이 많았다. 그런데, 더 눈에 띠는 것은 국방부 대변인에 대한 내용이었다. 국방부 대변인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이 대변인으로서 자질이 못 된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2년 전 문재인 정부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 오면서 유해를 실은 비행기를 공군 전투기가 호위하는 최고의 예우를 다했고, 국립묘지 국가유공지 묘역세 안장하는 현장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홍 장군이 이제는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을 문제 삼으면서 육사에 세워져 있는 흉상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육사 교육 목적상 타당하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과 연관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참변은 1921년 러시아령 자유시에서 소련 군대가 우리 독립군 상당수를 몰살시켰던 사건으로 홍 장군이 이에 관여되어 있어 독립운동과는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며 장차 군의 장교를 양성하는 육사에 흉상을 세워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역사학계는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직접 가담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이를 뒤집고 홍 장군의 자유시 참변 가담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다.
국방부 대변인은 “지금까지 알려진 군 내외 자료, 또 확인된 내용들을 토대로 입장을 정리해서 알려드린 것입니다”라며 발표 내용을 기정 사실화 했다.
그러자 국방부 출입 기자들이 대변인 발표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며 입장을 확인했다.
기자들은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직접 가담을 했느냐? 그게 맞다는 건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서 우리 독립군을 살해하는 데 가담했다는 내용이 된다”라며 대변인에게 국방부의 입장을 물었다.
그러자 대변인은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 만약에 그렇게 말씀드렸다면 제가 잘못 드린 것 같습니다”라며 사과했다.
결국 국방부 대변인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내용을 사실인양 발표해 혼란만 키우고 국방부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킨 꼴이 되었다. 최종적으로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고 국방부에 있는 흉상을 그대로 둔다고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군의 전문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의구심을 갖게 된다. 군은 전문 집단이다. 의사와 판사, 기술자와 같이 전문직이다. 군인만이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때문에 ‘프로’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정말 ‘어설픈 프로’라는 생각을 했다. 대변인 정도 되면 그 사안에 대한 수직적, 수평적 모든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성향과 능력을 가진 기자들의 질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대변인이 어설프게 사과나 하는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국방부 전체를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확인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자신 없는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에서 군의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내가 2001년 미국 공보학교에서 배웠던 전문 공보장교로서 갖춰야 할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첫 번째는 준비성이었다. 언론을 대하기 전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관련 내용, 근거 등 모든 내용을 숙지하고 예행연습과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다 확인하는 준비성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배웠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공보장교가 될 수 있고, 그래야 프로가 된다고 배웠다.
우리 군은 미군과는 다른 환경이기는 하나 내가 보기에는 전문성이 상당히 부족하다. 언론을 상대하는 공보정훈 병과 장교들조차 공보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나 개념이 없다.
‘프로는 아름답다’ 여배우 채시라씨가 광고에서 말했던 내용이다. 프로는 그 분야의 전문가다. 전문가답게 많이 알고 경험하고 언제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프로다. 프로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국방부 대변인의 창피가 한 때의 해프닝으로 끝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가 되기 위해서 더 연구하고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 군 전체를 대변하는 중요한 직책에 맞는 능력을 갖추어야 비로서 ‘프로 대변인’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군을 계속 우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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