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전쟁영화 이야기(7)] 드론전쟁의 윤리성을 다룬 ‘아이인더스카이’

최진우 승인 2023.06.15 14:14 의견 0
MQ-9무인기@General Atomics Aeronautical Systems, Inc.제공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현대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무인기, 이른바 드론의 활용이다. 무인기는 사람을 직접 태우지 않고도 먼 거리에서 조정해서 적을 살상하는 이른바 원격살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전에서 무인기를 동원한 살상행위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생포하기 위해 미군은 군을 파견하기 쉽지 않은 산악지대에 수많은 드론을 출격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테러리스트들을 드론을 이용해 폭사시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드론이 본격적인 작전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다. 인권을 강조했던 오바마 대통령 때 미군이 가장 활발하게 드론을 활용해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한 것은 아이러니다. 드론공격은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통계는 나와있지 않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 때 드론공격이 수 천회에 달하고, 드론공격으로 살상한 테러리스트들의 숫자가 2000~3000명에 달한다는 것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 아이 인더 스카이(Eye in the Sky)는 현대전에서 드론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전쟁영화다. 그리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휴먼팩터(인간적 요소)의 복잡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독 게빈 후드는 드론전쟁이 갖는 윤리적 복잡성을 말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드론 자체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기계지만, 이를 직접 조정하고 살인명령을 실행해야 하는 인간은 감정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드론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뇌와 번민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 테러리스트를 추적하고 죽이는 군사작전은 살인명령을 실행하는 인간의 판단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영화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실무자와 최종명령권자의 갈등을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형태로 풀어나가고 있다.

아이인더스카이 포스터@뉴스임팩트 자료실


영화의 배경은 케냐에서 활동하는 위험천만한 테러리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단독작전이다. 작전은 영국, 미국, 케냐군이 합동으로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군사작전이다.
영화는 영국군 상설합동사령부 지휘소에서 작전을 이끄는 베테랑 군사 정보 담당관인 캐서린 파월 대령(헬렌 미렌)과 미국의 드론조종사인 중위 스티븐 와츠(애런 폴)의 숨막히는 작전전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작전은 원래 드론을 활용하여 테러리스트의 소재를 확인하고, 지상군이 투입되어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있는 장소가 반군의 근거지여서 작전의 위험성이 커진데다, 테러리스트들이 자살폭탄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작전은 체포작전에서 공격형 드론 MQ-9 리퍼를 이용한 사살작전으로 바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작전의 성격이 체포작전에서 사살작전으로 바뀌자 참관인과 정보담당관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작전 대상 중 한명이 미국인인 관계로 미 국무부가 개입하는 등 상황은 복잡하게 전개된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마지막으로 발사버튼만 누르면 되는 순간, 드론조종을 맡은 와츠 중위의 눈에 소녀 알리아가 목격된다. 와츠 중위는 무고한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며 발사보류를 요청한다. 하지만 결국 미사일은 발사되었고 테러리스트와 함께 폭탄의 충격에 휩싸인 소녀 역시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하고 만다.

이 영화는 하나의 목숨을 희생하여 많은 목숨을 구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고민하게 하며, 궁극적으로 관객들에게 정의와 무고한 생명의 대가 사이의 흐릿한 경계가 존재한다는 의문부호를 던진다.

최진우 wltrbrina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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