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국인의 구애

60대 한국인 결혼광고 20대 여자 키167cm 등 구체적 기재 논란

한성규 승인 2023.06.01 12:55 의견 0
라오스 여성과 중국인을 연결하는 회사의 홈페이지@연합뉴스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아침부터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지금 거주하는 라오스 집에서 근무하는 대학교까지 걸어서 10여분 걸린다. 루앙프라방은 관광지이지만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외곽에 있는 대학가이다. 작은 마을이라 이웃들부터 시장 사람들까지 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원래는 눈이 마주치면 눈웃음을 보여주던 사람들이 그 날은 달랐다. 학교 정문을 들어서고 마주치는 교수님들이나 학생들도 예전과 같은 태도가 아니었다.

사무실에 들어섰다. 아침에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데, 내가 들어가니 다른 교수님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다가 황급히 멈추었다. 불편한 마음에 오전이 지나갔다. 앞자리에 앉은 친한 교수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제야 그 교수님은 라오스 전역에 이슈가 되고 있던 일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페이스북에 뜬 광고였다. 일전에 언급했다시피 라오스는 페이스북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쇼핑도, 광고도 심지어 연락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해당 광고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나이는 1963년생 올해 60세가 되는 한국남자가 구인광고를 올렸다. 결혼할 대상을 찾는 광고였다.

키는 167센티미터, 직업은 에어컨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 남자는 자신이 결혼할 여성의 나이를 25세에서 35세로 제한했다. 자신의 가족사항은 부모나 자녀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자신의 성격을 부드러운 성격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지금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연수입은 20만 달러, 한화로 2억 6천만 원에 달한다고 적혀 있었다. 여성은 20에서 30대 싱글이여야하며 만약에 돌싱이라면 자녀가 없어야한다고 명시했다. 결혼을 하게 되면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 세트를 줄 것이며 결혼식 비용으로 3000달러를 쓸 생각이라고 올려놓았다. 심지어 자신의 사진까지 올려놓았다.

60세 남성의 20대 여성 찾기도 그렇지만 라오스 사람들을 결정적으로 화나게 만든 것은 생활비 부분이었다. 결혼 후 한 달 생활비로 200달러를 준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한국어 수업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적혀 있는데 이것도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왜 부인이 남편의 언어를 배워야하느냐는 것이다. 라오스에서 사업하고 결혼해서 살 생각이라면 라오스어를 써야하는 것 아닌가?

라오스의 평균 임금이 200달러인 것은 맞다. 하지만 연수입이 2억이 넘는 남자가 자기 부인에게 생활비로 20만원 조금 더 준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일 것이다.

이제야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까지 불똥이 튄 이유를 알게 되었다. 페이스북의 특장점은 전파력이다. 화가 난 사람들이 이 광고를 친구들이나, 친척들 모두에게 공유한 것이다. 순식간에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60세 한국남자의 20대 여성 구하기 광고를 보게 되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이 만나면 한국 남자를 욕했다. 거의 일주일을 한국 남자 욕하기가 대화의 주제였고, 이제는 좀 수그러들었다.

송편을 빚는 결혼 이주여성들@연합뉴스


이렇다 할 큰 뉴스거리가 없는 심심한 나라에 갑자기 한남에 대한 가십거리가 등장했다. 이 때문에 조용히 학교, 집과 피트니스 센터만 오고가는 나에게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한국인, 특히 한국남자라는 이유였다. 이웃나라 태국에서도 한국남성 유튜버가 현지 여성을 무시하는 태도로 촬영을 진행해 현지 뉴스에까지 나오고 한 번 난리가 났었다.

필자는 한국인들과 동남아 여성들 간의 국제결혼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강요하고 단지 경제수준만을 이유로 배우자를 무시하는 태도는 나쁘게 본다. 앞으로도 국제결혼은 늘어날 것이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필수조건이다. 국제결혼을 결심한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려고 결혼을 결심한 것이다. 자신의 태도가 행복한 결혼생활에 걸림돌이 된다면 고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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