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수장 자격 잃은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시속 167㎞ 과속운전 부하에게 책임 떠넘기는 모양새 돼

이정희 승인 2023.05.22 09:43 의견 0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기자] 일본어에 '부카노 테가라와 조시노 모노, 조시노 시빠이와 부카노 세키니'란 표현이 있습니다. 부하 직원 공은 상사 것, 상사 실수는 부하 직원 책임이란 뜻입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경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를 통해 국내에도 알려졌죠.

드라마에서 이 대사를 들었을 땐 웃고 말았습니다. 제대로 돌아가는 조직이라면 부하의 공을 가로채고 책임은 떠넘기는 윗사람을 가만히 놔둘 리 없어서죠. 드라마가 일본 은행 조직 문화를 과장되게 묘사하다 보니 저런 말도 나온 거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하다는 것을 최근 실감했습니다. '조시노 시빠이와 부카노 세키니'가 국내에서 재현돼서죠.

주인공은 LS그룹 총수 일가 일원이자 LS일렉트릭을 이끄는 구자균 회장입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시속 167㎞로 페라리 자동차를 몰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LS일렉트릭 차량 관리를 담당하는 김 모 부장이 '내가 운전했다'고 거짓 자백을 했습니다. 경찰은 구자균 회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김 부장을 범인 도피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LS일렉트릭 측은 김 부장이 단순히 과태료만 내면 되는 줄 알고 거짓 자백을 했다가 이후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고 말합니다. 구자균 회장의 형사 처벌을 면하기 위해 운전자 바꿔 치기를 한 게 아니란 소리죠.

LS일렉트릭 측 해명대로 김 부장이 구자균 회장에게 과잉 충성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구자균 회장이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가 돼버린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구자균 회장은 LS일렉트릭 수장 자격을 잃은 겁니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습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물을 닦아내는 거죠. 구자균 회장이 책임지고 진퇴를 분명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그 길만이 구자균 회장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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