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시각 ①]군대가 군대다워질 때 가장 멋있다.

이장호 승인 2023.03.01 09:46 | 최종 수정 2023.03.01 10:51 의견 0
정훈장교가 병사를 상대로 교육을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혹시라도 ‘군대(軍隊)’ 하면 떠오르는 생각들은 어떨까?

대한민국 보통의 남자들은 20대 초반 청춘의 삶 중에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했던 단어로 기억될 것이다. 남북 분단의 현실을 안고 태어나면서부터 짊어지게 되는 숙제가 어느 날 갑자기 훅 다가와 마음의 준비도 없이 군대로 향했던 터라 큰 충격과 공포로 다가온 게 일반적인 기억일 것이다.

특히,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온 세대에게는 군대 에피소드는 평생 가장 특별한 추억과 아픔이 되기도 했다.

요즘 시대에는 군대가 남자만의 것이라는 인식도 많이 변했고, 특히 직업 구분이 없어지면서 여자들의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군대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남북 분단과 6.25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진행중인 상황에서 군은 항상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자 부담이 되었다.

군대의 역할과 중요성은 과거 역사가 증명하고 있고,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보듯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 그리고 집을 떠나 유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에게도 남의 일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6.25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어가는 현실에서 더 이상 북한의 존재나 위협은 예전만 못하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경을 쓰거나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어제 밤에도 우리 국민들은 북한이라는 현존하는 위협을 머리 위에 두고 편안히 잠을 잤다. 그 밤에 수많은 군인들이 잠을 자지 않고 나라를 지켜준 덕분이다. 당연하게도 군대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군대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와 같은 비극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까지 확대해서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군대는 그런 존재다. 늘 있지만 보이지 않고, 열심히 하지만 늘 하는 것이라서 당연하게 되어버린 존재다.

그리고 지금껏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전 국민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위기가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군대가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만난 60대 지인은 자신의 군 생활이 매우 힘들고 안 좋은 경험을 했다며 요즘도 그러냐고 물었다. 내가 당황했던 것은 병장 월급 100만원 시대로 변한 요즘 군대 생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아직도 구타와 간부들의 부정, 관행과 구습 등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걸 보면 내가 장교로서 그동안 군에 대한 올바르게 알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군과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더욱이 그 현실을 타개할 만한 치열하고 절박한 노력이 부족하다.

일부지만 고위 군 간부의 일탈과 부정행위들이 언론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아직도 군이 정신을 못 차렸다’, ‘간부들은 나쁜 놈, 병사는 고생해’ 등의 혹독한 비난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군대는 여전히 부정적이고 군 간부는 환영받지 선호도가 낮은 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에 대한 인식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직업 군인들이 국민으로부터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군이 수행하는 임무도 그들과 다르지 않고 오히려 북한이라는 위협을 마주하고 있어 더욱 중요한 존재가 되어 왔다.

그럼에도 당연히 존중과 사랑을 받아야 할 군이 그러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새로운, 올바른 모습으로 변모해야 한다.

국민의 싫어하고 욕하는 군과 군인의 존재 이유는 없어지게 된다. 당연하지만, 군인다운, 군대다운 모습이어야 한다.

군 스스로 현재를 되돌아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해 본다면 지금 당장 할 일이 떠오를 것이다.
언제까지 지금의 모습에 안주하며 군대답지 못한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언제나 맞는 말이다.

군대에 대한 나쁜 기억이 없어지는 군대를 기대하며 지금도 열심히 최성을 다하고 있는 군인들을 응원한다.

이 장 호 전 중령 약력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다양한 제대에서 복무 함.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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