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력 부족의 대안이 될 라오스청년들

한성규 승인 2022.11.22 17:58 의견 0
사진=kbs뉴스유튜브 공개영상 캡쳐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최근 한국공장에서 10년간 일한 뒤에 스리랑카로 돌아가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는 한 스리랑카인의 사연이 화제가 되었다. 자신의 사무실에 태극기를 놓고, 일본차를 많이 타는 스리랑카에서 한국차를 타고 다니는 등 스리랑카에 돌아와서도 지한파로 생활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출장 다녀오는 길 공항에서 한국에 다녀온 라오스 대학생 4명을 만났다. 한국에서 막 돌아온 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었더니 흥분해서 한국 칭찬을 늘어놓았다. 기회가 된다면 졸업 후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며 들떠 있었다.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국내 조선업계가 고질적인 인력난 탓에 외국인 근로자와 협력사 확보를 두고 쟁탈전까지 펼치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입국 예정이었던 베트남 노동자들의 입국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300인 미만 자동차부품업, 조선업, 뿌리산업 등 제조업 기업 307개사를 대상으로 '주요 중소제조업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조업종별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은 자동차부품업 41.5%, 조선업 41.0%, 뿌리산업 37.6% 등으로 많았다. 이는 조사대상인 주요 중소제조업체(자동차부품업, 조선업, 뿌리산업) 인력 부족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9월 19일 40명으로 이루어진 라오스의 노동인력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016년 9월 양국 간 고용허가제 양해각서 체결 이후, 한국산업인력공단 라오스 사무소가 설치되었다. 2018년 2월 5일 26명이 처음 송출된 것을 시작으로 라오스 인력이 한국으로 꾸준히 송출되고 있고 이번이 32번째 팀이다. 라오스는 한국에 인력을 송출한 16번째 국가이며, 아세안 국가 중 7번째로 고용허가제 송출국으로 지정됐다.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에 따르면 라오스의 만 15세 이상 노동인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385만7000명으로 라오스 통계청 기준 전체 인구 733만8000명 대비 약 53%에 해당하는 규모다. 만 25세 기준으로 비교해도 약 42% 규모이며,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실질 노동자인 셈이다. 라오스의 노동인력 규모는 증가세를 유지하며 2020년 대비 2021년 약 1.7%, 2021년 대비 2022년 약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오스 통계청 기준, 과거 인력 송출 역사가 긴 태국을 제외하고 한국과 일본이 2018년부터 라오스 인력을 처음 자국에 송출했다. 한국의 경우 2018년 대비 2019년에는 약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라오스 노동인력을 송출했으나, 코로나 기간 동안 감염병 통제와 국가간 방역 등의 사유로 인력송출 규모가 주춤했다.

라오스 대표 언론사인 비엔티안 타임스 역시 ‘계절노동자’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언급된 내용 중에는 노동사회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라오스와 한국이 공동으로 인력에 대한기술개발, 역량 검사, 고용촉진, 취업시장 정보 제공 등의 기능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계절노동자의 고용계약기간은 5~12개월, 급여는 약 1600~2000달러 지급가능한 조건으로 25~45세까지 신체 건강한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라오스 현지 인력송출 기업의 광고성 내용이 기사 내용 말미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근로자 응시요건은 만18세 이상 39세 이하, 라오스 범죄경력이 없고, 한국에서 강제퇴거 및 강제출국 경력이 없어야 하며, 취업기간(3년) 만료 후 사용자가 재고용을 원할 경우 2년 미만의 범위에서 고용연장이 가능, 월 급여는 약 1600달러>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라오스 청년들은 라오스의 제한적인 일자리와 치솟는 물가 대비 낮은 소득이라는 현실을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손꼽았다. 그리고 라오스의 단조로운 삶보다 진취적인 경험을 선호했고 나아가 역량 개발과 강화의 방법으로 제3국가로 해외 취업을 하는 형태가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라오스 현지인과 국내 중소기업인의 인터뷰 내용을 들여다보자.

<라오스 여성/20대 중반/라오스 현지 공공기관 근무>

<한국에서 1년 동안 살아본 경험이 있어 한국이 안전한 곳이라는 확신이 있다. 한국에서 일하는 것은 라오스보다 활기찬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나와 나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생계유지에 있어 확실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반년을 일한 것과 라오스에서 3~4년을 일한 것에 대한 소득이 같다면 이해가 수월할 것이다.>

<라오스 여성/20대 초반/대학생>

<라오스의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현재 급여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다. 한국의 복지, 급여, 근로환경은 훌륭하고 생활 편의 역시 라오스와 차이가 크다. 라오스는 아직 개발도상국가이기에 자신의 견해를 펼치기에 다소 한계가 있다. 심지어 타인의 생각을 수용하는 태도와 옷차림까지 간섭을 받는 것이 라오스라는 지역사회를 단편적으로 설명한다.>

<라오스 여성/20대 초반/외국계 기업 근무 >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한 경험과 삶의 다양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단 한번의 기회일 수 있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도전이 삶의 긴장을 유지시키고 나아가 경험으로 축적돼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라오스 투자진출 한국기업/라오스 인력을 활용한 제조업 확장 검토 중>

<2000년 초반부터 라오스를 왕래하면서 자동차 부품과 AS 소모품을 라오스로 수출 및 유통했던 경험이 있다. 이미 국내에서 3D 업종에 종사 가능한 한국인을 구하는 것은 포기했고, 해외 인력을 자체적으로 수급하여 숙련된 인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까다로운 환경기준과 인력 수급 애로에 대응하기위해 라오스에서 부분 조업이 가능한 거점을 고민 중이다. 이러한 접근은 인건비 절감을 실현하여 비용을 낮추고 해외 노동인력 수급에 불필요한 노력을 줄이는 효과기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오스 투자진출 희망 한국기업/라오스 송출인력을 활용한 설계디〮자인 용역 현지법인 검토 중>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의 주요국가의 인건비가 상승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고 치안이 안정적인 라오스로 시선을 돌려 검토하고 있다. 설계 및 디자인 분야의 경우 컴퓨터와 책상만 있으면 바로 업무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며, 과업에 따라 절대량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성격의 업무도 있다. 업무의 특성상 일부 교육훈련을 선행하고 과업기준을 설정해 한국으로 송출된 인력을 활용하고 일정기간 한국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현지 인력을 관리자로 두어 한국과 라오스에 순환 근무 거점을 조성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코로나 이후 라오스의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양질의 일자리 부재로 라오스의 노동인력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라오스 현지의 소득수준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 수준과 한국의 치안에 대한 신뢰도가 고용허가제와 계절노동자에 대한 관심 높이고 있다.

라오스 노동자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라오스를 떠나 고소득의 기회가 있는 한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과 수확철이 다가오는 우리 농가의 지자체의 인력난을 해소하는데 라오스 노동인력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라오스 사람들에게 농업이란 삶의 일부로 자리잡아왔고 공장이나 공단에서 근무하는 것에 비해 자신감을 보이는 산업분야다. 인력 간 교류가 문화와 사업으로까지 확대된다면, 양국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직까지 인력송출 경험이 적은 라오스와 송출된 노동자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직무와 환경 그리고 의사소통 문제에 주의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라오스의 인력송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투자진출 또는 거점을 마련하는 전략도 검토해볼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국내에서 고용허가제로 체류 경험이 있는 송출인력은 라오스로의 투자진출을 고민하는 우리 기업에 자산이 될 수 있다. 또한 라오스는 사회가 안정돼 있으며, 공휴일 수가 적다는 장점도 있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지 않고, 단순 반복 작업이 요구되는 업종이라면 비용 절감 측면에서 고려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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