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우크라니아 의존 국가 굶겨죽이려고 작정한 푸틴

최진우 승인 2022.06.21 10:22 의견 0
러시아 푸틴 대통령@mbc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야심차게 시작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로 흘러가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 나라 안팎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마음먹은 듯한 푸틴이 식량을 무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하는 국가들을 벼랑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황은 개전 3개월이 다 되도록 러시아에 뚜렷한 승리를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똘똘 뭉쳐 러시아 침공에 맞서고 있는데다 서방국가들이 각종 무기를 지원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할 당시만해도 단기간에 완벽한 승리로 끝날 것으로 자신했던 푸틴으로선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시나리오로 전쟁이 흘러가자 이성의 끈을 잃어버린 듯 하다. 미국, 유럽 등 서방세계의 규제폭탄과 함께 러시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푸틴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태세다.

무차별적인 미사일 공격을 통해 애꿎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식량을 이용해 전황을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속셈이다.전쟁 초기부터 식량위기는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대목이다. 우크라이나는 광활하고 비옥한 곡창지대를 갖고 있어 세계의 식량창고로 불리는 곳이다.

특히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씨는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곡물이다. 전쟁 이전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씨 수출량 전세계 1위이고, 옥수수는 세계 4위, 밀은 세계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쟁 때문에 파종시기를 놓쳐 우크라이나 곡물 생산량이 예전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어렵게 생산한 곡물조차 러시아가 해상봉쇄를 통해 수출을 완전히 틀어막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국제기구 고위관료들은 러시아의 만행을 일제히 규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WEF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막기 위해 항구를 완전 봉쇄하는 것도 모자라 우크라이나 곡물재고와 기계를 압수해 아예 생산활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고 있다고 개탄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 함대에 둘러싸여 수출 길이 끊겼으며 대체 수송로 확보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파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집트의 경우 우크라이나 밀 의존도가 전체 수입량의 80%에 달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밀 수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자 부랴부랴 대체 수입선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국내 밀 소비의 절반을 우크라이나 산으로 충당했던 레바논을 비롯해 예만과 리비아 또한 우크라이나 밀 의존도가 높아 전쟁 여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씨유 공급까지 끊겨 식용유 가격이 폭등하며 전세계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농업국은 러시아의 해상봉쇄로 5월 중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의 상당수가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에 있는 저개발국가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밀 가격의 폭등은 이들 국가 국민들의 먹고사는, 평범하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쟁 이전에도 기아와 기근에 시달리고 있던 제3세계는 약간의 곡물 가격 상승에도 매우 민감한데, 지금같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게 되면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국제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3억2500만명 정도가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들의 고통을 가중시켜 말 그대로 먹지 못해 굶어죽는 사람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푸틴이 노리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단기전으로 전쟁을 끝내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식량위기를 부각시켜 세계의 여론을 돌려보겠다는 속셈인 듯 하다. 국제사회는 지금의 식량위기는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 때문이며,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의도적으로 틀어막아 식량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비윤리성을 집중 성토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식량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폭탄을 퍼붓는 서방국가들 때문이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로 맞서고 있다. 크렘린궁 대변인이 러시아 제재를 풀면 우크라이나 수출봉쇄를 해제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은 러시아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국제적 왕따로 전락한 상황에서 당장 전쟁을 멈출 의사가 전혀 없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식량위기를 계속 심화시켜 러시아에 대한 무자비한 국제적 제재와 빅딜을 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셈이다.

제3세계는 먹을 것이 없어 아우성인데, 우크라이나산 곡물 2000만톤이 현재 수출길이 막혀 우크라이나에서 썩어가고 있다. 이성의 끈을 이미 놓아버린 푸틴은 식량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러시아를 겨냥한 서방세계의 제재폭탄이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상상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일각에서는 흑해에 비나토 소속 함대를 보내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해상수출길을 터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러시아군과의 직접적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 때문에 선뜻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푸틴이)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굶주림을 이용하고 있다”는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의 비난은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응방안을 찾기 힘든 현 상황에서 그저 공허한 분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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