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산 중국 부주석(왼쪽)과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TV 유튜브영상캡쳐


[뉴스임팩트=전문 칼럼리스트 강현수]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외교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 등에서 밝혔듯 큰 방향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며,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에 입각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외교로 볼 수 있다.

▲견제구 날린 중국
중국은 취임식 축하 사절로 시진핑 주석의 ‘오른팔’로 꼽혔던 왕치산 국가 부주석을 보냈다. 역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파견한 사절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인 왕 부주석은 문재인 정권의 외교노선을 유지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미국으로 기울어지는 대한민국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왕 부주석은 “세계가 역경에 놓여 있는 가운데 중·한(中·韓)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서로와 지역 나아가 전 세계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전진하고 부단히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왕 부주석의 속내는 다음 대목에서 드러났다. 그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저희와 협력을 강화하고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자”고 당부했다. ‘민감한 문제’란 윤석열 정부의 한·미 동맹, 한·미·일 3각 협력 강화 방침과 문재인 정부 대중(對中) 정책의 기본 노선이었던 ‘3불 정책’의 폐기 우려 등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관영 환구시보는 윤 대통령 취임 당일 사설에서 “한국의 이전 정부들은 ‘편들기’를 피하며 복잡미묘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중국은 중대 이익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변경이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만약 한국이 그 이웃과 적대하는 길을 선택한다면, 그 길의 끝은 우크라이나일 것”이라고 협박했다.

▲관계 정상화 기대감 표현한 일본
일본 외무성은 지난 17일 0시부터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입국할 때 사흘간 대기하도록 했던 것을 면제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을 3회 접종한 경우 일본 도착 후 검역당국에 의한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사흘간 격리는 한국을 포함해 이집트, 라오스, 러시아, 파키스탄, 불가리아 등에 대해 유지돼 왔는데 이번에 한국만 제외됐다.

현재 유학생과 비즈니스 목적 입국 등에 대해서만 발급되고 있는 비자도 조만간 관광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을 접견하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지난달 26일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이 기시다 총리와의 면담 때 전달한 윤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답신이다. 윤 대통령은 친서에서 김대중-오부치 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기시다 총리도 한·일, 한·미·일 전략적 연계와 윤 대통령의 관계 개선의지에 강한 믿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안보법 조속한 제정 시급
이런 가운데 일본은 지난 4월 중의원(하원)에 이어 최근 참의원(상원)도 경제안전보장추진법(경제안보법)을 통과시켰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이로써 일본은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경제책략(Economic Statecraft) 수단으로 입법화한 첫번째 국가가 됐다.

‘경제안보’는 “경제적 활동이나 제도에 의해 외교상 유리한 입장을 구축해 국익을 수호하는 것”으로, 군사 이외의 수단에 의한 국가의 안전보장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총 7장 99개 조항으로 구성된 일본의 경제안보법은 반도체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자에 대한 공급망을 강화하고, 에너지·금융·통신 등 기간 인프라 사업자가 설비 등을 도입할 때 사이버 공격 등에 대비해 정부의 사전심사를 거치게 한 것이 골자다. ①공급망 강화 ②기간 인프라의 안전 확보 ③첨단기술 연구의 민관 협력 ④특허의 비공개 등 4가지를 축으로 한다.

일본의 경제안보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각국이 자원의 무기화를 추진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재편되는 데 대응한 성격이 짙다. 국가 및 국민의 경제활동이 국가 안보와도 밀접히 연결되면서 위협이 되는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는 목적에서 제정됐다.

우리도 경제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사례를 이미 여러차례 경험했다. 코로나19 초기 극심한 마스크 부족 사태에 시달렸으며, 와이어하네스로 대표되는 자동차 부품 공급망의 단절로 국내 완성차업체 사업장이 대규모 셧다운되기도 했다. 작년에 발생했던 ‘요소수 대란’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 분업구조가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자원 무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는 물론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에 핵심 재료인 리튬, ‘21세기 최고 전략자원’인 희토류(17가지 희소금속) 등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에너지·광물 자원 수입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으로선 극심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경제도 안보인 시대이다. 지난 40여년간 정치와 경제의 분리속에 진행돼왔던 세계화와 글로벌 자유무역 체체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이제 일본처럼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우리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제안보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국회는 격변하는 세계질서에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경제안보법 제정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전문 칼럼리스트 강현수 cosmosun081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