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2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미국인 희생자 낸 코로나

2020년 이후 100만명

최진우 승인 2022.05.12 14:56 의견 0
미국병원의 의료진이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모습=YTN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국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들이 5월 들어 1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은 코로나 누적 확진자수에서나, 사망자 수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하고 있다.

세계적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미국의 누적 확진자수는 8377만 명으로 2위 인도(4311만명)를 거의 2배 가량 웃돌고 있고 사망자수(102만명)는 의료시설이 열악한 2위 브라질(66만 명)보다 38만명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계 코로나 확진자(5억1867만명)를 놓고 보면 6명 중 1명은 미국인이고, 전체사망자(628만 명)를 따지면 6.15명 가운데 1명이 미국인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사망자 100만 명이 갖는 숫자의 함축적 의미는 대단하다. 역대 전쟁에서 기록했던 미군 사망자수와 비교하면 더 충격적이다.3년간 지속된 한국전쟁 때 사망한 미군 숫자는 3만6574명이었다. 15년간 지속되었던 베트남전 참전으로 희생된 미군 사망자 5만8220명과 비교해도 18배 가까운 미국인이 2년여의 코로나 창궐기간 중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때 사망한 미군과 미국인이 2400여명, 빈 라덴이 자행한 911 테러로 사망한 미국인이 297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로 사망한 미국인이 얼마나 많은 숫자임이 확연히 드러난다.

역사적으로 미군이 가장 많이 희생됐던 전쟁은 2차 세계대전이다. 전 세계적으로 군인과 민간인 등 최대 7000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 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은 약 41만 명이 숨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미국인은 민간인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군인이었다.

나치의 공격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최대 2900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구 소련(러시아)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숫자지만, 건국 이후 대외적으로 많은 전쟁을 치렀던 미국이 단일사건으로 최대 희생자를 냈다는 점에서 2차 세계대전 희생자 수는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은 미국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세계를 나치와 파시즘, 일본제국주의라는 악에서 구하기 위한 명분 있는 싸움이었고, 승리가 가져온 전후 세계질서 재편에서 미국이 부동의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한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미국에게는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 유행 속에서 미국인이 유독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은 초기 대응 실패와 주지사의 민주당 소속 주지사냐, 공화당 소속 주지사냐에 따라 주마다 제각각이었던 방역정책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첫 해였던 지난 2020년 9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코로나 사망자수가 20만 명에 육박하자 표지를 코로나 희생자 숫자로 장식했다. 검은색 배경에 흰 손글씨로 미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2020년 2월 29일부터 9월 8일까지 일일 사망자 수가 빼곡히 쓰여 있었고, 굵게 쓰인 몇몇 글자들이 숫자 ‘200,000’을 만들었다. 그 아래로는 붉은 글씨로 ‘미국의 실패’라는 제목이 달렸었다.

타임은 전통적으로 표지 테두리를 빨간색으로 만들었지만 이날자 타임은 검은색이었다. 타임이 표지 테두리를 검은색으로 만든 것은 2001년 911 테러이후 처음이자 사상 두 번째였다.

당시 타임은 표지를 소개하면서 “미국은 곧 ‘코로나19 사망자 20만 명’이라는 무시무시한 표지를 건너게 될 것”이라며 “이는 베트남전에서의 미국 사망자의 3배이자 솔트레이크시티 주민 전체와 맞먹는 수”라고 지적했다.

표지 디자인 담당 존 머브루디스는 표지를 코로나 사망자 숫자로 만든 것과 관련해서 “이번 표지가 재난에 둔감해진 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기를 바란다”고 경각심을 심어줬지만 결과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수가 당시 예측했던 20만 명의 5배를 웃도는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타임의 경고가 공염불에 그친 것이다.

911 테러로 2977명의 미국인 사망자가 발생하자 조지 부시 행정부는 즉각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된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빈 라덴 인도를 요구했으나 탈레반 정권이 이를 거부하자, 9월19일 작전명을 '끝없는 정의 작전‘으로 명명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침공했다.

호기롭게 미국에 맞장을 떴던 탈레반 정권은 미국의 파상공세에 밀려 한 달도 못 버티고 산악으로 쫓겨났고 정권은 북부동맹군이 차지했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이 2011년 5월 파키스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 외곽의 한 안가에 숨어 지내던 빈 라덴을 찾아내 특수부대를 보내 사살하기까지 10여년간 지속됐다.

수천 명의 미국인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에 가공할 무기를 앞세운 전쟁으로 탈레반과 빈 라덴을 응징한 미국이었지만 정작 100만 명 사망자를 낸 이번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누구를 향해 화풀이를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다.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을 겨냥해 날선 비판에 앞장섰던 미국이지만 중국이 코로나 발원지라는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을 찾지 못한 미국은 이후 관세폭탄 등 무역보복을 통해서 중국과 한 치 양보없는 대립각을 세웠지만 더 이상 코로나 발원국이란 프레임 전략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테러범이나 테러배후국 등에 대해서는 전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살벌한 응징에 나섰던 미국이지만 코로나라는 보이지 않는 적에게는 보수, 진보간 내부 분열과 함께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전염병이 그 어떤 무기보다 무서운 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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