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사라졌던 이지스 어쇼어 계획이 자민당에 의해 다시 급부상

이정현 승인 2022.05.09 10:00 | 최종 수정 2022.10.17 23:20 의견 0
2017년 오노데라 일본방위상이 이지스어쇼어 도입에 대해 말하고 있다=연합뉴스TV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뉴스임팩트/일본=이정현 통신원] 일본 방위성이 2020년 6월에 공식적으로 도입을 중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 지상배치형 영격(迎擊)미사일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AEGIS ASHORE)가 일본 내에서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발단은 이번 달 1일 일본 후지테레비 방송에 출현한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 전 간사장이 이지스 어쇼어를 놓고 ‘(기존 계획했던 위치 외에) 적절한 지역이 없는지를 포함하여 다시 의논해야만 한다’고 발언했기 때문인데 오랜만에 언급된 덕분인지 일본 내에서도 이지스 어쇼어에 대한 관심이 다시 급증했다.

당초 이지스 어쇼어의 도입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일본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아베 정권이 2017년 12월에 내각에서 결의한 사안이다. 아키타현(秋田県)과 야마구치현(山口県) 두 곳에 배치하여 일본 전역을 커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데만 우리 돈 2조에 가까운 1787억 엔이 소요되었고 실제로 이지스 어쇼어를 배치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5000억 엔 이상이 추가로 들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이미 해상자위대가 복수의 이지스함을 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5000억 엔을 훌쩍 넘는 비용에 걸맞은 안전보장 상의 효과가 있을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등장하면서 일사천리였던 분위기는 반전을 맞았다.

여기에 방위성이 2019년에 아키타현에 위치한 육상자위대 연습장이 이지스 어쇼어 배치를 위한 적지(適地)라고 발표하였지만 사실은 실측도 없이 구글 어스 지도만으로 후보지를 선정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발각되었고 이를 해명하기 위한 주민설명회에서는 방위성 관계자가 고개를 숙이고 조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며 반대여론에 불을 지폈다.

이후 2020년 6월 15일, 당시 방위상이었던 고노 타로(河野 太郎) 자민당 의원은 이지스 어쇼어의 배치계획을 전면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지에 이른 결정적 원인은 이지스 미사일을 발사한 후 부스터로 불리는 초기 가속장치를 야마구치현에 위치한 자위대 연습장 내에 확실하게 낙하시키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한 것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부스터가 낙하할 경우 민간인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치명적이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과 기간이 필요할지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 정부로서도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지스 어쇼어의 도입을 강행할 수 없었다.

실제로 배치 중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고노 타로 당시 방위상은 ‘미국과 협의하였지만 소프트웨어 개선으로는 (부스터를 야마구치 현에) 확실하게 낙하시킬 수는 없고 하드웨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였고 하드웨어 개선에만 최소 10년 이상, 수천억 엔의 비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비용과 기간을 고려하면 (이지스 어쇼어 도입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하였다.

이후 방위성은 이지스 어쇼어 대신 신형 이지스함을 2척 더 건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일본인들의 관심에서 이지스 어쇼어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비록 이시바 시게루 의원이 아베 정권과 대척점에 섰었고 현 기시다 정권에서도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엄연한 제1여당의 의원이 내뱉은 발언인 만큼 그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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