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의 국제논단] 하켄크로이츠, 욱일기, Z 논란의 공통점

최진우 승인 2022.03.28 10:02 의견 0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군 장갑차와 차량의 Z표시=ytn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서방은 강력한 제재로 러시아를 옥죄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푸틴지지 시위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Z 표시다. Z는 러시아어로 ‘승리를 위해’를 뜻하는 ‘자 포베두(Za pobedu)'의 첫 글자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과 우크라이나가 위치한 서쪽을 의미하는 자파드(Zapad)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이 분분하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Z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러시아 한 관리는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Z는 러시아의 통합을 상징하며 우리 군대와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수도 키이우와 남무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향하는 러시아 군의 탱크와 군용차량에도 Z표시를 그린 모습은 전쟁관련 뉴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이면서 자국의 승리를 염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승리를 뜻하는 빅토리(Victory)의 첫 글자를 이용해서 탱크에 V를 그리는 것이나 러시아어로 Z표시를 다는 것이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Z표시가 논란이 되는 것은 Z가 갖는 불온한 상징성 때문이다.Z표시가 언제부터 러시아 군의 상징으로 쓰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전쟁이 터지고 Z표시는 러시아 전역에서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도심의 광고판과 차량 뒤범퍼, 유리창은 물론 TV토크쇼에도 등장했다.

3월초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년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러시아 기계체조 선수 이반 쿨리아크는 시상식에서 Z표시를 가슴에 달고 나타나 체육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주변의 웅성거림에도 그는 입술을 꽉 앙다문채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시상식에 올라 전쟁에 대한 지지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러시아의 군의 상징이 되어버린 Z표시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러시아의 승리를 염원하는 상징이 아니라, 마치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를 연상케하기 때문이다.

갈고리를 뜻하는 하켄과 십자가를 뜻하는 크로이츠를 결합해 만든 하켄크로이츠는 나치 이전에도 아일랜드 인도 그리스 핀란드 라트비아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비슷하거나 혹은 변형된 형태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나치가 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지금은 나치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인식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전범국가로 찍힌 독일에서는 하켄크로이츠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영화 고증 등 극히 예외적인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나치즘을 선전하거나 광고하기 위해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3년이하 징역형에 처하거나 벌금형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런 독일이기에 Z표시에 대해서도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독일 니더작센주와 바이에른 당국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동의어로 인식되는 Z기호 표시를 자동차나 건물에 사용할 경우 최고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금지시켰다. 독일의 다른 주들도 이같은 조치를 따를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하켄크로이츠와 마찬가지로 Z표시를 금기시하고 있는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에른 법무장관 게오르크 아이젠라이히는 “바이에른에서 러시아군의 기호 'Z'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범죄 행위를 승인한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욱일기 논쟁이다.

욱일기는 침략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구 일본제국의 군기였다. 아시아를 침략한 일본군이 공식적으로 군기를 사용한 전력 덕분에 한국 등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욱일기를 일제 군국주의 상징물이자 전범기로 인식하고 있다.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욱일기를 광범위하게 일본을 상징하는 선전물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의 공식기 역시 욱일기라는 점은 일본이 얼마만큼 욱일기에 강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욱일기는 패전국가 일본에서 한동안 수면아래 가라앉았다가 강한 일본,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일본을 외쳤던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다시 부활했다.아베 시절 극우세력들이 시위를 벌일 때면 어김없이 욱일기를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는 욱일기가 경기장에서 공식 응원기로 사용될 뻔도 했다.

이순신 인용구를 문제삼은 일본에 맞서 한국이 제기한 욱일기 반입금지 요구를 IOC가 받아들임으로써 경기장에서 일본인들이 욱일기를 응원기로 사용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얘기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 다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지 누가 예견이나 했을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놀란 유럽 각국은 한동안 손놓고 있던 군비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켄크로이츠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지 꼭 77년만에 이를 연상케하는 Z 문양이 국제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틈타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3원칙을 깨고 핵무기 반입을 정치인들이 앞장서 촉구하고 있다.

전쟁으로 미쳐가는 러시아에서 Z문양의 대두와, 욱일기를 향한 일본 정치인들의 끝없는 애정공세가 겹쳐지면서 세계의 시계가 다시 70여년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매우 염려스럽다.

뉴스임팩트 최진우 wltrbriant652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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