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년 역사상 최대 위기 맞은 방산 거인 보잉

박종국 기자(jkpark4457@gmail.com) 승인 2020.04.01 18:30 의견 0

잇단 비행기 사고에다 코로나19 악재 겹쳐

록히드마틴과 함께 글로벌 방산업계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보잉이 위태롭다. 창사 이후 103년 만의 최대 위기에 몰렸다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 초만 해도 주당 300달러를 넘기던 보잉 주가는 지난달 20일 95달러까지 폭락했다. 현재는 150달러 선에서 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난해 1월 440달러 근처까지 갔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변화가 너무 심해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는 뜻)이다.

보잉의 몰락은 항공기 연쇄 추락 사고와 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특히 737맥스가 문제였다. 737맥스는 보잉이 라이벌 항공회사 에어버스를 확실하게 따돌리기 위해 내놓은 최신 항공기다.

737맥스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지난 3월 에티오피아에서 잇따라 추락했다. 사망한 승객과 승무원만 346명에 이른다. 사고 원인은 조종특성향상시스템(Maneuvering Characteristics Augmentation System·MCAS) 등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포함한 40여개 국가는 737맥스 운항을 중단했다.

737맥스 외 다른 기종도 추락 사고를 냈다. 737맥스의 전신 737-800이다. 737-800은 지난 1월 이란에서 추락했다. 사망자는 176명에 달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더해졌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이동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보잉은 직격탄을 맞았다. 다른 나라 항공사들이 항공기 주문을 취소해서다. 게다가 보잉은 공장 문도 닫아야 했다. 워싱턴주 시애틀 에버렛 공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보잉 에버렛 공장은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 기지로 전해졌다.

보잉의 고난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지난 1월 보잉은 미국 회계 기준인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GAAP)을 적용한 재무제표를 발표했다.

지난해 보잉의 매출액은 766억달러(93조7600억여원), 영업손실은 19억7500만달러(2조4200억여원), 순손실은 6억3600만달러(7800억여원), 영업현금흐름은 24억4600만달러(3조여원) 적자로 나타났다.

2018년 보잉은 매출액 1011억달러(123조7500억여원), 영업이익 120억여달러(14조7000억여원), 순이익 104억6000만달러(12조8000억여원), 영업현금흐름 153억2200만달러(18조7500억여원) 흑자를 기록한 회사였다. 그런 보잉이 1년 만에 충격적인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보잉은 손실을 버텨낼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않다. 사업이 잘되던 2018년 보잉의 자기자본은 4억1000만달러(5020억여원) 정도였다. 타인자본 1170억여달러(148조여원)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 사업 경쟁력에 자신감이 있어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을 많이 편 결과였다. 하지만 주주 권익이 보장된 만큼 보잉은 자생력을 잃었다.

결국 보잉은 계열사 매각, 투자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조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도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보잉을 돕기 위해 170억달러(21조여원) 지원금을 준비하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보잉은 관계회사까지 포함해 직원 200만여명을 보유한 거대 기업이다. 미국 정부가 보잉이 무너지도록 놔두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외부 지원과 별개로 보잉이 항공기 추락 사고로 상실한 신뢰를 되찾아야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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