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家 아워홈 오너, 회삿돈 떡 주무르듯 했나

전 아워홈 기획실장 "고 구자학 회장 시절부터 상품권 현금화해 전달"

이상우 승인 2024.03.05 05:00 의견 0

아워홈 사옥과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경영 비리 재판에서 "고(故) 구자학 회장 시절부터 명절마다 상품권을 현금화해 회장에게 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아워홈은 2000년 1월 옛 LG유통(현 GS리테일) 식품 서비스 부문이 독립해 만들어졌다. 구자학 회장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셋째 아들이다. 2022년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구자학 회장 큰아들이다. 2016년부터 5년간 대표이사로서 아워홈을 이끌다가 막내 여동생 구지은 부회장에게 밀려나 경영권을 잃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장성훈 부장판사)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심리하는 3차 공판기일을 지난 4일 열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구본성 전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그가 2017~2021년 회삿돈으로 세금을 낸 데다 상품권을 사들인 후 현금으로 바꿔 개인적으로 썼으며 경영 실적과 무관한 성과급 인상까지 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횡령액을 3억여원, 배임액을 20억여원으로 추산한다.

3차 공판 때 이 모 전 아워홈 기획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16년 2월 기획실장으로 부임했다. 명절엔 상품권을 현금화해 구자학 회장에게 가져다줘야 한다고 들었다"며 "상품권을 사다가 쟁여놓은 뒤 상품권 깡을 했다"고 했다. 상품권 깡은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권을 사고팔아 차액을 얻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행위다.

이 전 실장은 "2016~2020년 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명절마다 상품권을 현금화해 구자학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아워홈 오너가 회삿돈과 개인 자금을 엄격히 구분하는 분별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 전 실장에게 구본성 전 부회장이 2019년 자신의 성과 등급을 최고 수준인 S로 매기고 성과급 지급률도 1600%로 끌어올린 점에 대해 질의했다.

이 전 실장은 "구본성 씨가 스스로 자기 성과 등급을 S로 정했다. 성과급 지급률 1600%도 회장에게만 적용되는 것을 구본성 씨가 부회장까지 확대했다"면서도 "구본성 씨는 컨펌(confirm·확인)한 거다. 결재는 구자학 회장이 했다"고 했다.

그는 구본성 전 부회장을 '구본성 씨'로 칭하며 거리감을 드러냈다. "구본성 씨가 데이터 활용 없이 임의대로 임원들을 평가했다"고도 했다.

이 전 실장 부하 직원이었던 윤 모 씨도 증인신문을 받았다. 그는 "2018~2020년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납부 업무를 제가 처리했다"며 "구본성 전 부회장 개인 자금, 아워홈 재경 부서에서 받은 돈으로 세금을 냈다"고 했다.

윤 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은 보안을 중요시해 텔레그램 메신저로 지시하곤 했다"며 "텔레그램으로 세금 납부 사실을 구본성 전 부회장에게 보고했다.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윤 씨에게 기획실 직원이 세금 납부 같은 개인적 업무까지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는 "오너가 있는 회사에 다니는 상황에서 제 할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 전 실장에게 윤 씨의 세금 납부 수행을 알았냐고 질문했다. 이 전 실장은 "결과만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금을 냈는지는 보고받지 않았다"며 "아워홈은 오너가 절대적 권위를 가진 회사다. 오너가 개별 직원에게 지시한 사항을 제가 중간에서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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