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울의 독일편지, 머나먼 땅 또 다른 시간(3편)

한국어로 ‘예의 바르게 말하기’, 왜 이렇게 어려울까?

김서울 승인 2022.04.13 15:07 | 최종 수정 2022.04.15 20:31 의견 0
눈내린 뮌헨=김서울


필자는 현재 철학을 공부하고자 독일 뮌헨에 있다. 하고자 하는 일, 바라는 세상을 찾고 이루어 나가고자 외국에서의 삶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줄로 안다. 독일에서의 공부, 생활, 그리고 느껴진 것들을 잔잔히 들려주는 이 코너를 통해 나는 나와 같은 처지인 이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그렇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잠깐의 환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세계가 대지에서 밀려나옴을, 또한 대지로 축적되어감을 이야기했다. 다른 땅, 다른 환경, 다른 문화와 사람들, 그러나 여전히 ‘사람의 세계’인 이곳에서, 나는 새롭고도 익숙한 말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로 ‘예의 바르게 말하기’, 왜 이렇게 어려울까?

저번 글에서, 내가 포착한 한국과 독일간의 사회 문화적 차이점 세 가지를 이야기 했었다. 그 중 가장 마지막으로 언급된 것이 한국어 높임법과 독일어 공손법 간의 차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가장 먼저 하나의 주제로서 다루고자 한다. 언어만큼 빈번하고 당연 또는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문화 현상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에서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해서이다.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의 제목은 “한국어로 ‘예의 바르게 말하기’,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다. 대부분 서양의 언어와 한국어를 비교할 때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주제가 공손법, 또는 높임법과 같은 것인 까닭에서다. 또 독일어의 공손법 그 자체에서만도 흥미로운 특성들은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여기서 단지 공손법 또는 높임법 만을 다루지는 않을 것이고, 그를 필두로 내가 지금까지 발견한 추가적인 한-독일어 간의 차이들, 그리고 ‘차이’, ‘낯선 것’ 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전반적으로 이야기 할 것이다.

독일어와 한국어 간의 ‘공손함’ 이 서로 다름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몇 있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내게 ‘Siezen’하며 꼬박꼬박 접속법 2식 화법 조동사들을 사용해 줄 때라든지, 어학 공부를 같은 반에서 하고 있는 사람들과 처음 만나, 서로 나이를 묻지도 않고, 호칭 정리도 하지 않고 ‘du’를 쓸 때라든지. 한국에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한국어 언어생활에서 노인이 한참 아래의 사람에게 ‘당신은’ 따위의 호칭을 쓰며 ~인 것 같아요, ~ 해주시겠어요? 등의 간접 발화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 대학 강의실등에서 처음 만난 학우들끼리 서로 나이도, 학번도 묻지 않고 대뜸 말을 놓는 일도 찾아보기가 드물 것이다.

물론 한국어에서의 존대와 비 존대의 대립을 독일어에서의 Sie/du 대립 등의 공손법들과 간단히 비교 대조할 수는 없다. 두 언어는 서로 다른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냥 다른 것도 아니다. 어순과 문법 범주의 실현 방법, 계통에서 일치하는 데가 없다. 언어는 한 사회, 하나의 문화권과 불가분한 관계를 가진 생물체와도 같은 것인데, 독일과 한국의 사회 문화적 근간은 무척 상이하다. 더군다나 한국어 높임법은 그 자체로 한국어를 대표하는 중요한 특성이다. 높임법 체계가 이토록 복잡하고 세분화 되어있는 언어는 드물다.

또, 앞서 말했듯 독일어 또는 독일에서의 ‘공손함‘은 한국어 화자의 높임말에서 실현되는 이른바 ‘예절‘, 또는 윗사람에 대한 ‘공경‘과 같은 개념들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국어의 높임법이 단지 ‘서로에 대한 존중‘ 혹은 ‘공손‘ 보다, 나이 또는 권위를 바탕으로 한 ‘처지의 차이‘ 를 주로 표현한다는 것만 기억하고 계속 이야기해보자.

우선, 독일어로 어떻게 ‘공손히’ 말 할 수 있을까?
독일어 공손법으로 대체로 3 가지를 든다. 첫째는 du/Sie의 구분이고, 둘째는 앞서도 언급한 접속법 2식의 사용, 마지막으로 불변화사 첨가이다.

첫째로 든 주어에서의 du와 Sie 구분은 한국어에서처럼 단지 비존대/존대의 이분법적 의미를 갖지 않고, 친밀함의 차이를 드러낸다. 본디 ‘공손’ 이 무엇인가? 공손은 화자가 청자의 자리를 침해하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바르게 전달하는 데 있다.

물론 화자가 공손을 실현함으로서 청자로부터 나 자신까지의 심리적 거리도 보호되기 때문에, 이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어책도 될 수 있다. 또, 나의 언행이 너의 체면, 즉 사회적 페르소나를 침해하여 위태롭게 한다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곧잘 거부되기 때문에, 공손은 존중과 보호 뿐 아니라 원하는 것을 달성하려는 하나의 전략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때문에 아직 덜 친밀함을, 서로간의 거리가 있음을 알리는 ‘Sie’용법은 공손법의 일종으로 분류될 수 있다.

또, 독일어에서 ‘Siezen(서로 Sie 호칭을 사용하는 것을 이르는 동사)’은 상대에게 모욕을 주려고 의도하지 않는 이상 상호간에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대화 상황에서 한편만 Sie를 쓰지는 않는다. 반면, 전술했듯 한국어 높임법은 그런 용도로만 쓰이지는 않는다.

한국어 높임법은 단지 서로간에 거리를 두어 마땅한 예의를 차리게만 해주지 않고, 화자와 청자가 상호 지위 차이를 확인하여, 더 낮은 쪽이 자기를 낮추고 높은 쪽에게 존중을 표하도록 한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Sie는 높임말, Du는 반말이라고 간단히 이해할 수는 없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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