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지난 15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단행한 사장단 인사 관련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직위 역전에 대해 여러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모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자회사인데도 현대건설은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전무)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가 됐고 현대엔지니어링은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이 사장 겸 대표에 올랐다"며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한우 부사장은 1970년생으로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현대건설 전략기획사업부장, 건축주택지원실장을 지냈다. 주우정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현대제철 재무관리실장,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38.62%를 보유한 데다 체급이 훨씬 앞선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대엔지니어링 자산은 6조6294억여원, 매출액은 8조8878억여원이었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현대건설 자산은 14조9486억여원, 매출액은 15조7788억여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정의선 회장은 현대건설엔 부사장 대표, 현대엔지니어링엔 사장 대표를 앉혔다.
재계 관계자 A 씨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건설을 배려해 전문성을 갖춘 내부 인사를 발탁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 내에서 규모가 큰 계열사인 데다 건설업계 종가로 인정받는 점, 서울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 경쟁 중인 측면을 정의선 회장이 고려했다는 얘기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특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상장사다. 지분이 현대건설 외에 정의선 회장 11.72%, 현대글로비스 11.67%, 기아 9.35%, 현대모비스 9.35%,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4.68%로 나뉘어 있다.
재계 관계자 B 씨는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해 자금을 끌어모은 다음 정의선 회장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현대차그룹 지배 구조를 개편하는 계획이 마련돼 있다"며 "재무통인 주우정 사장이 정의선 회장과 김걸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장(사장)으로부터 모종의 주문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걸 사장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자 정의선 회장 최측근이다. 1965년생으로 고려대 독어독문학과를 나왔다. 현대차 글로벌전략실장과 기획조정1실장을 지냈다.
주우정 사장이 은퇴 전 마지막 기회를 받았다는 말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 C 씨는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안 갔다면 나이 예순인 주우정 사장이 현대차그룹에 남아 있긴 힘들었을 거다"며 "2~3년 후 퇴진할지 또 다른 기회를 잡을지는 주우정 사장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다소 파격적인 견해도 있다. 이번 인사가 정의선 회장 후계 구도와 연관된다는 설명이다. 정의선 회장은 정지선 여사와의 사이에서 1남 2녀를 뒀다. 장녀 정진희 씨(1996년생), 장남 정창철 씨(1998년생), 차녀 정진아(2003년생) 씨다.
재계 관계자 D 씨는 "통상 대기업 총수 일가는 아들에게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고 딸에겐 광고, 호텔, 유통, 식음료 같은 섬세함이 요구되는 사업을 맡기곤 한다"며 "정의선 회장의 경우 두 딸에게 넘겨줄 회사가 마땅치 않다. 광고 계열사는 큰누나(정성이 이노션 고문), 호텔 계열사는 셋째 누나(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 몫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남녀 평등 시대에 딸에게 상속을 안 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핵심인 현대차와 기아는 장남, 현대건설은 독자성을 확립해 장녀 혹은 차녀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1970년생 공채 출신 부사장이 전격적으로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은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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