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헤지펀드 삼성 흔들기 비판 보도가 의도적 여론 조성?

검찰, 벌처펀드 엘리엇에 대한 우려 삼성 언론 관리로 몰아가

이상우 승인 2024.11.12 01:00 | 최종 수정 2024.11.12 01:18 의견 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왼쪽 두 번째).@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을 다투는 재판에서 검찰이 "삼성 측이 엘리엇의 합병 반대를 막아내고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성했다"고 했다. 벌처 펀드 성격이 강한 미국계 헤지 펀드(전문 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 엘리엇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우려를 검찰이 편향되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벌처 펀드는 부실기업에 투자해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 기구다. 정부나 기업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기에 기업 사냥꾼이라는 별명도 있다. 엘리엇은 강도 높은 채무 압박, 국제법을 앞세운 법적 대응을 포함한 온갖 강경책을 동원해 여러 국가와 기업에서 수익을 챙겨 벌처 펀드로 평가받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사건을 심리하는 4차 공판기일을 지난 11일 열었다. 피고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 미래전략실을 이끈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을 비롯해 총 14명이다.

검찰은 2020년 9월과 11월에 걸쳐 피고인들을 기소했다. 삼성물산 합병이 위법할뿐더러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 과정에서 시세 조종, 분식회계 같은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목적을 단정하기 어려운 데다 다른 법 위반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4차 공판에서 검찰은 "삼성이 엘리엇을 '먹튀'로 만들기 위해 언론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며 조직적인 여론 관리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은 "엘리엇의 실체와 함께 삼성물산 합병이 정당함을 언론에 알리긴 했다"면서도 "부당한 방법으로 언론을 조정한 적이 없다. 언론 스스로 판단해 보도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검찰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엘리엇의 과격한 수익 추구 때문에 국내 기업이 흔들리고 국부도 유출될 가능성이 엄연히 실재해서다. 엘리엇은 콩고, 페루, 아르헨티나에서 도덕성이 의심되는 투자 활동을 한 전례가 있다. 언론이 삼성 손을 들어주고자 엘리엇을 견제했다고 여기긴 힘들단 얘기다.

게다가 엘리엇의 악영향은 2018년 극명하게 드러났다.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하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며 7억7000만달러(1조765억여원)에 달하는 국가 배상을 요구하는 국제투자분쟁(ISDS)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신청했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 조치로 손해를 입은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PCA는 국제 분쟁을 중재하는 사법 기관이다. 엘리엇과 한국 정부의 공방은 PCA를 거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서 치러지고 있다. 중재지(place of arbitration)는 PCA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낸 장소를 가리킨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15년은 물론 지금도 엘리엇은 국내 기업과 정부를 압박하는 실질적 위협"이라며 "삼성의 여론 형성 작업으로 반(反) 엘리엇 분위기가 만들어진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5일 오후 2시에 시작된다. 이날 검찰 구형, 이재용 회장 최후 진술 같은 결심(結審·소송에서 변론을 끝내는 일)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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