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벌처 펀드인가 정당한 투자자인가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주요 플레이어… '약탈적 자본' 비판 나와

이상우 승인 2024.09.22 01:00 의견 0

지난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가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MBK파트너스가 기업을 사들인 뒤 무자비한 구조 조정을 통해 수익을 낸 다음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정리하는 벌처(vulture·썩은 고기를 먹는 대머리독수리) 펀드인지 정당한 투자자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MBK파트너스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다. 2005년 김병주 회장이 설립했다. 김병주 회장은 골드만삭스와 칼라일그룹을 거친 사모펀드 전문가다. 운용 자산 규모가 260억달러(34조5644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서울, 홍콩,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 도쿄에 사무실이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지난 13일부터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 매수하고 있다. 매수 예정 수량은 고려아연 발행 주식 총수의 6.98~14.61%다. 매수가는 1주당 66만원이다. 내달 4일 매수가 끝난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소속 비철금속 회사다. 영풍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국내 32위 대기업 집단이다. 1949년 고(故) 장병희, 고 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그룹을 창업한 이래 공동 경영을 해왔지만 2022년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고려아연을 이끄는 최윤범 회장이 장씨 집안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을 하길 원해서다. 최윤범 회장은 최기호 창업주 손자다.

장씨 집안, 최씨 집안 모두 우호 세력까지 더해 30%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영풍 측과 MBK파트너스는 공개 매수를 발판 삼아 단숨에 경영권을 장악하려 한다. 고려아연 측도 백기사를 모아 경영권 사수에 나섰다. 백기사는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주주를 뜻한다.

다만 MBK파트너스 실체에 대해 논란이 불붙고 있는 점은 변수다. 김두겸 울산시장과 울산상공회의소는 울산에 사업장을 둔 고려아연을 지켜야 한다며 주식 사주기 운동에 돌입했다. 고려아연 노조도 "MBK파트너스는 약탈적 공개 매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틀어쥐면 자산 매각이나 감원을 시도할 거라고 우려한다.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중국 기업에 팔아치울 수 있다는 의혹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소통으로 오해를 불식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직원 숙련도가 중요하기에 인위적 구조 조정을 하지 않겠다. MBK파트너스는 토종 사모펀드다.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계획이 없다. 국내 기업에 매각할 것"이라고 했다. 울산시, 고려아연 노조와 대화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2015년 대형마트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사들인 후 매장 폐점, 부동산 처분, 인력 조정을 활용해 투자금을 회수한 사례가 있다. MBK파트너스는 최근에도 홈플러스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 부문(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해 '회사를 산산조각 낸다'는 비판을 받는다. 벌처 펀드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긴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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