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80% 떨어진 현대제철, 중국 후판 저가 공세에 항의

중국 한국향 후판 수출량 3년 새 80% 늘었다...국내 철강사-조선사 가격 협상 팽팽

이나현 승인 2024.09.02 14:06 의견 0
사진@현대제철


[뉴스임팩트=이나현기자]수익성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제철이 중국의 저가 물량 밀어내기에 대해 항의했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한중 민간철강회의'에서 중국산 저가 후판 수입이 급증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중국 현업 관계자들에게 국내 피해 상황을 공식 전달했다.

중국과 한국 철강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공식적으로 대면한 자리에서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예민한 화두가 현안으로 오르면서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전해졌다.

중국은 자국 내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아시아 시장에서 덤핑 판매를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중국의 한국향 후판 수출량이 2020년 72만t에서 2023년 130만t으로 3년 새 80%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의 세계 수출량의 21%에 달하는 물량이다. 한국의 중국산 후판 수입 비중은 2020년 10%에서 2023년 17%로 확대됐다.

저가 수입재 유입뿐만 아니라 건설 시황 둔화까지 겹치면서 현대제철은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11조98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줄었고, 영업이익은 1538억으로 80.8% 떨어졌다. 철광석 톤당 가격이 2022년 이후 11월 만에 처음으로 100달러 아래로 내려오는 등 판매가격 하락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 수익성 둔화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현대제철은 조선사들과 후판가격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선박에 주로 쓰이는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조선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조선사는 중국산 저가 물량 유입을 이유로 가격 인하 요인이 많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현대제철은 업황 부진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반기에 후판 가격이 톤당 90만원 중반대에서 90만원 초반대로 내려간데 이어, 하반기에도 추가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의 저가 물량 밀어내기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지난 7월 산업부에 반덤핑 제소 검토를 요청했다. 업계 불황이 지속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문제와 이해관계 상충으로 반덤핑 제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새로 취임한 서강현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서 대표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친환경 투자와 해외 거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경쟁사들이 2차전지 등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반면, 현대제철은 고부가 철강소재 제품 개발·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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