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자료 은폐 의혹 커지는 삼성웰스토리 재판

前공정위 조사관 증인신문서 급식업체 이익률 자료 누락 집중 질의

이상우 승인 2024.04.11 13:43 | 최종 수정 2024.04.12 09:39 의견 0

삼성전자 서초 사옥 구내식당.@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삼성웰스토리 급식 일감 몰아주기 사건을 다루는 재판에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삼성을 제재하기 위해 급식업체 이익률 자료를 고의로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2021년 6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가 삼성 미래전략실 지시를 받아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 일감을 몰아주고 과도한 이익률을 보장해줬다며 과징금 2349억원과 시정명령을 포함한 제재처분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5차 공판기일을 11일 열었다. 피고인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삼성전자 법인, 삼성웰스토리 법인, 박한진 삼성웰스토리 상무다.

최지성 전 실장은 1951년생으로 강원 삼척시 출신이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판매사업부장(상무), 디스플레이사업부장(전무), 디지털미디어 총괄 부사장, 정보통신 총괄 사장, 대표이사를 지냈다.

검찰은 2022년 11월 피고인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13~2020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를 동원해 삼성웰스토리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매출액 2조5951억원, 영업이익 3426억원에 달하는 급식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는다. 박한진 상무에겐 2018년 공정위가 삼성웰스토리를 조사할 때 증거 문건을 은닉, 파쇄한 혐의가 있다.

5차 공판에서 전 공정위 조사관 A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3차 공판 증인이었던 공정위 사무관 B 씨와 함께 삼성웰스토리 급식 일감 몰아주기 사건을 담당했다. 지난해 12월 공정위에서 퇴직했다. 두 달 뒤 흥국생명으로 이직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A 전 조사관에게 11개 급식업체 계열사 거래 손익 현황이 왜 심사보고서에서 빠졌는지, 관련 행정소송에서 삼성전자 측이 해당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자 공정위 측이 자료가 보관돼 있지 않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B 사무관 증언에 의하면 A 전 조사관이 11개 급식업체 계열사 거래 손익 현황을 포함한 삼성웰스토리 급식 일감 몰아주기 사건 자료를 정리했다.

A 전 조사관은 "11개 급식업체로부터 계열사 거래 손익 현황을 받았다"면서도 "해당 자료를 급식 거래의 정상 가격을 산정하는 데 쓸 예정이었지만 심사보고서에 정상 가격을 싣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심사보고서에 11개 급식업체 계열사 거래 손익 현황이 첨부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상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오랫동안 자연스러운 균형을 이룰 때의 안정되고 표준적인 가격을 가리킨다.

아울러 A 전 조사관은 "조사 과정에서 수많은 자료가 확보된다. 그 방대한 자료를 심사보고서에 모두 붙일 순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11개 급식업체 계열사 손익 현황의 심사보고서 제외를 자신이 혼자 결정한 건 아니며 B 사무관 등과 협의한 결과라고 했다.

A 전 조사관은 "심사보고서에 들어가지 않은 11개 급식업체 계열사 손익 현황을 외부에 제공할 의무가 없다"며 "급식업체들이 계열사 손익은 민감한 영업비밀이라며 외부 비공개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했다.

변호인은 A 전 조사관 얘기를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질문을 이어갔다. 심사보고서에 첨부되지 않은 자료는 외부에서 법적 절차대로 자료 공개를 신청해도 자료가 없다고 답변하는 게 공정위 방식이냐는 얘기다. A 전 조사관은 "무조건 자료가 없다고 하진 않는다"면서도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더불어 변호인은 공정위가 11개 급식업체 계열사 거래 손익 현황을 보관 안 한다, 제출받지 않았다고 말한 까닭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물었다. A 전 조사관은 "심사보고서에 일일이 모든 자료를 첨부할 수 없다"는 답만 반복했다.

오후2시부터 A 전 조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속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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