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책임 외면한 정도원 삼표 회장 측

9일 첫 공판서 "정도원, 안전경영 책임자 아니다"

이상우 승인 2024.04.09 11:22 | 최종 수정 2024.04.15 18:56 의견 0

법정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숙인 이가 정도원 회장이다.@뉴스임팩트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측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정도원 회장이 안전 경영 책임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삼표그룹은 삼표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건축자재 기업 집단이다. 고(故) 정인욱 창업주가 삼표그룹을 세웠다. 정도원 회장은 정인욱 창업주 아들이다. 1947년생으로 서울 경복고와 미국 위스콘신대를 나왔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정서현 판사는 정도원 회장을 포함해 피고인 8명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를 심리하는 1차 공판기일을 9일 열었다.

공판 시작 시각인 오전10시보다 15분 정도 빨리 모습을 보인 정도원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공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법정으로 향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피고인들을 재판에 넘겼다. 2022년 1월 29일 경기 양주시에 있는 삼표산업의 골재 생산 채석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해 안전 의무 미준수 책임을 물은 것이다. 당시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이 재판은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래 기업 소유주가 기소된 첫 사례여서 재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이 넘는 사업장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받아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 요인의 직업성 환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중대 산업재해로 판단해 안전 확보 의무를 어긴 경영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차 공판에서 검찰은 "정도원 회장은 안전 보건 업무를 포함해 삼표산업을 총괄하는 실질적 경영자"라며 "그는 각종 보고, 회의에 참여해 지시 사항을 하달했다"고 했다.

이어 "정도원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해 안전 책임자 지위를 신설했다"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도원 회장이 안전사고에 최종 결정권을 행사했다. 안전사고에 대해 보고받고 실무자들에게 지시했다"고 했다.

검찰은 "정도원 회장은 양주시 채석장 사면(斜面·경사가 진 평면이나 지면) 붕괴 같은 위험 요인을 고려해 즉각적 작업 중단 같은 안전 조치를 할 수 있는 안전 보건 관리 체계를 수립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그는 채석장 위험 요인을 아는데도 안전 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2022년 1월 29일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 전 붕괴 징후를 알리는 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했는데도 정도원 회장은 아무런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결국 (안전 조치 미이행으로) 채석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했다"고 했다.

정도원 회장 측 변호인은 "정도원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언급된 안전 경영 책임자가 아니다"고 했다. "안전 보호 관리 체계 구축 미이행과 근로자 사망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와 검찰, 피고인 측 변호인은 9일 오전, 오후에 걸쳐 서증 조사를 진행한다. 서증 조사는 채택된 증거를 설명하는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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