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SPC 여론 재판을 멈춰라

죄는 여론의 법정 아닌 현실의 법정서 가려야 한다

이상우 승인 2024.04.09 07:00 의견 0

허영인 SPC그룹 회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허영인 SPC 회장, 자택 앞 민노총 시위에 격분해 '노조 와해' 지시> <SPC, 언론 인터뷰 멘트까지 '어용 노조'에 불러줬다> <검찰 수사관, SPC에 "주말엔 압수수색 안 할 거니 편히 쉬시라"> <"두 손으로 하늘 못 가려" 법정서 황재복 SPC 대표 진술 영상 재생>… 소위 주류 매체들이 이달 쏟아낸 SPC그룹과 허영인 회장 관련 단독 기사입니다.

검찰의 독선을 거세게 비판하던 주류 매체들이 SPC그룹과 허영인 회장 수사·기소 국면에선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검찰발 리크(leak·흘리기)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반면 검찰이 사실 관계를 비틀진 않았나, 공판 전에 몰매부터 때리는 게 옳은가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기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하기 힘들죠.

SPC그룹과 허영인 회장이 억울하게 당한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혐의를 다투는 현실의 법정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여론의 법정을 통해 함부로 단죄해선 안 된다는 얘깁니다.

특히 검찰처럼 막강한 국가기관이 여론의 법정에서 일방적 몰아가기를 하는 건 최소한의 금도조차 지키지 않는 권력의 횡포에 불과합니다. 설령 검찰이 유죄를 확신한다 해도 위법 행위가 확정됐다고 볼 순 없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허영인 회장이 좋은 사례입니다. 검찰은 2018년 파리크라상 상표권 배임 혐의로 허영인 회장을 기소했지만 2년 뒤 대법원은 무죄 확정 판결을 했습니다.

지난해 검찰은 허영인 회장이 증여세를 회피하고자 SPC그룹 계열사 밀다원 주식을 헐값에 매각했다며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했습니다. "검찰이 납득할 만한 주장을 하지 못했다"는 질책과 함께요.

노조 탈퇴 강요 혐의로 구속된 허영인 회장에 대한 공판이 조만간 시작될 겁니다. 거기서 그가 법을 어겼는지 아닌지 가려지겠죠. 그때까지 섣부른 여론몰이는 자제돼야 합니다. 여론의 법정이 아닌 현실의 법정에서 이성적인 법리 공방을 거쳐 결론을 도출할 때 우리 사회의 품격이 유지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