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 논단] 광해군처럼 분노에 잡아먹힌 노소영 관장

이혼소송서 분별력 잃은 비자금 300억원 주장… 냉철함 찾아야

이상우 승인 2024.03.20 06:31 | 최종 수정 2024.04.04 10:07 의견 0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상우기자] 예전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혀를 내두른 적이 있습니다. 남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첫 만남에 대한 내용이었죠.

노소영 관장은 "미국 유학 시절이었다. 겨울 방학이어서 대학 기숙사 식당이 문을 닫아 며칠간 굶었다. 차가 없는 데다 누구한테 빌붙기 싫어서였다. 그러다가 친한 선배가 불러서 나갔는데 최태원 회장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끼만 걸러도 짜증이 치솟는 기자 입장에선 노소영 관장의 정신력이 놀라웠죠.

안타깝게도 노소영 관장은 강인한 정신력에 걸맞은 분별력을 갖추진 못했나 봅니다. 노소영 관장 측은 지난 12일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경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에게 비자금 300억원을 건네고 어음을 담보로 받았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노소영 관장 부친, 최종현 선대 회장은 최태원 회장 아버지입니다.

노소영 관장은 갈 데까지 간 마당에 물불 가릴 필요 없다고 이를 꽉 깨문 듯합니다. 다만 선친의 치부까지 드러내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는 태도가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30년 넘게 지난 일을 이제 와서 증명하지도 못할 테고요. 노소영 관장이 분노에 잡아먹혀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조선 시대에 노소영 관장과 비슷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15대 임금 광해군입니다. 광해군도 정신력이 대단했죠. 부왕 선조는 왜군이 몰려오자 도망가기 바빴지만 광해군은 분조(임시 조정)를 이끌면서 의병을 지휘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랬던 광해군이 즉위한 뒤엔 확 달라졌습니다. 자신을 핍박한 선조와 일부 신하에 대한 노여움 때문이죠. 사리 분별 능력을 잃어버린 광해군은 무리한 궁궐 공사와 정적 숙청을 일삼은 끝에 반정으로 옥좌를 빼앗겼습니다.

노소영 관장은 광해군의 사례에서 분노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화가 날수록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세 자녀의 장래를 고려할 때 노소영 관장이 최태원 회장이나 SK그룹과 영원히 등 돌리고 살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 다시 안 볼 것처럼 남편을 공격해 게도 구럭(망태기)도 다 놓치기보다는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원만한 해결을 하는 편이 노소영 관장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겁니다. 그가 냉철함을 찾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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