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훈련은 무엇을 위한 훈련인가

혹한 경험 vs 혹한 극복

이장호 승인 2024.02.17 01:00 | 최종 수정 2024.02.17 12:16 의견 0
사진@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어느덧 이번 겨울도 다 지나가는 분위기다. 설 연휴가 끝나고 나니 본격적으로 올해의 부대 활동이 탄력을 받아 분주해지고 있다. 그리고 한해를 시작하는 첫 번째 통과 의례인 혹한기 훈련이 끝나서인지 긴장도 잠시 내려놓고 여유가 생긴 이유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매년 초가 되면 대부분의 일선 부대에서는 혹한기훈련이 가장 큰 부담이다. 아무래도 추운 날씨에 며칠씩 야외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불편하다보니 훈련 목적과 효과보다는 몸으로 와 닿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보니 훈련 본래의 의미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군대를 다녀 온 예비역들에게 묻고 싶다. 혹한기훈련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마 대부분은 혹한의 추위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혹한의 환경을 경험하면서 부대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대에서는 일부러 혹한을 경험하게 한다고 난로도 피우지 않고 야외에서 잠을 자는 극한의 추위도 경험한다. 병사들도 군에서 경험한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훈련으로 혹한기훈련과 유격훈련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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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에서는 경함하지 못한 육체적 교통과 추위가 오랫동안 군 생활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기간도 짧고 강도도 많이 약해졌다고 하나 그래도 병사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훈련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나도 일선부대에 근무할 때는 당연히 혹한기훈련을 경험했고, 그 때마다 추웠다는 기억이 훈련보다 더 많이 남아 있다. 간부였고 참모였지만 잠을 줄여가며 24인용 야전텐트에서 새우잠을 잤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특히 전방사단에 근무할 때 경험한 혹한기훈련은 오직 추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1주일 훈련 기간에 부대 이동까지 있어 여러 지역의 추위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번은 매우 다른 혹한기훈련을 했다, 그때는 더워서 고생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전혀 다른 혹한기 훈련을 했다. 당시 지휘관은 혹한기훈련을 혹한을 적극적으로 극복해 춥지 않은 상태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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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도 많이 피우고 전투식량보다 따뜻한 식사를 했고, 잠자는 텐트 안도 매우 따뜻해 편하게 잠을 잤던 기억이 있다. 추위를 경험하지 말고 극복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혹한기훈련이라는 개념이 전과는 전혀 다른 훈련의 방향이 되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혹한기훈련은 혹한을 경험하는 것보다 혹한에서도 정상적인 부대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필요한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강구하는 것을 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부대가 운용하는 무기나 시설이 추위라는 장애물로부터 보호하고 정상 가동되도록 혹한에서 문제점이나 제한사항을 찾아 이를 보완하는 것이 향후 전쟁에서 겪을 위기를 극복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과거 6.25전쟁에서 미군이 장진호전투를 비롯한 겨울 전투에서 예상외로 고전한 것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매우 크다. 아마도 전사에서 얻은 교훈이 혹한기훈련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우리의 전쟁 환경은 그라 녹록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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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사에서도 추위로 인한 정쟁의 성패는 매우 많은 교훈과 도전을 남겨주었다, 하나의 훈련도 보기에 따라 그 방향이 상당히 달라진다. 그래서 방향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방향에 따라 결과는 다르다. 결국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상의 방책이나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수뇌부나 지휘관이 정한다. 그래서 지휘관이나 리더가 중요한 것이 당연하다. 우리 군은 지금 잠시 멈춰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되돌아 봐야 한다. 작년에 했던 계획을 그대로 복사해서 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별로 변한 것이 없으니 작년 그대로 해도 되지만, 과연 1년 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장병들도 교체가 되었고, 환경도 변했는데도 이런 변화가 그 훈련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수 있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문이 든다. 전에 보았던 광고가 생각난다.

에베레스트를 오르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에베레스트를 올라 갈 수 없다고 한다. 등산화를 신고 한 발씩 올라야 한다. 결국 생각만으로는 안 되고 실천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변화를 원한다면 그 변화를 위한 행동, 즉 실천이 있어야 한다.

별 문제없이 해 오던 일들이 과연 최선이고 최상인지를 고민한다면 행동으로 그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수십 년을 해 오고 있는 군의 여러 활동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 문제가 없는지 고민해야 시대 흐름에 부응하는 군이 될 것이다.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논리에 군이 예외일 수는 없다.

왜 공무원들이 ‘철밥통’이라는 비유를 받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작은 규모의 부대도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고, 군 최고 기관은 더욱 그러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기업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다.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노하기 때문에 누구나 부러워하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군이 아무리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고 해도 그 조직원들은 일반 기업의 직원처럼 노력해야 위상도 높아지고 대우도 좋아질 것이다.

6.25전쟁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고 지금도 별로 변하지 않고 있는 군의 여러 훈련이나 부대 운영 시스템에 대해 앞으로 계속해도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다. 꼭 해야 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도 적용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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