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지수에 없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신력이다

이장호 승인 2024.01.26 12:44 의견 0
그래픽@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얼마 전 뉴스에 우리나라가 군사력 세계 5위로 평가됐다는 보도를 보았다.

지난 19일 미국 군사력 조사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45개국 가운데 미국이 1위이고 러시아가 2위, 중국이 3위, 인도가 4위, 영국이 6위, 일본은 7위였다.

GFP의 군사력 평가지수에는 국가 재정, 병력, 육·해·공군 전력, 에너지 생산 및 보유량 등의 수치를 비교해 점수를 매긴다.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은 평가에서 제외되며 전력 비교는 군수품 보유 대수로만 산정한다.

눈에 띄는 점은 우리나라는 2014년 9위, 2015년 7위, 2020년 6위에 이어 점점 순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적대국인 북한은 36위였다. 북한은 지난해 34위에서 2계단 내린 36위였다. 항공모함, 헬기 항모, 구축함대, 에너지 보유량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순위가 낮았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과연 그 수치가 우리가 체감하는 것과 같은지가 의문이다. 우리는 북한의 전투력을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병력이 우리의 2배가 넘는 120만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특수전에 강한 전력도 우리 특전사나 해병대 전력을 훨씬 뛰어넘어 상당한 위협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주한미군 전력을 이용해 한반도의 전정 억제와 전쟁시 미군의 자동 개입을 당연시 여기며 북한의 위협에도 문제없다는 논리를 계속 펼쳐 오고 있다.

북한이 왜 그토록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하게 외치고 남한 내 좌경 세력이 북한의 입에 되어 한동안 우리사회의 큰 혼란을 주었던 것인지를 기억한다면 주한미군의 존재와 역할은 우리나라 국방 전력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이번 보고서대로 북한이 우리보다 약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자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군대를 갔다 오거나 보통의 사고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북한의 순위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특히, 우리가 가장 경계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북한의 핵 능력과 미사일 수준은 이번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비대칭 전력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전력상 육군의 비중이 높은 반면, 해군과 공군의 비중과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6.25 전쟁 후 김일성이 북한의 공군력 강화를 1순위로 해서 중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아 전력을 강화했을 정도로 미군의 공군력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북한은 예산과 기술 부족, 중국과 소련의 지원 약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공군력 증가의 한계를 드러내며 그 발전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공력 강화에 더 진력했다.

더구나 2차례의 연평해전을 통해 북한 해군의 전력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게 되었다.

북한의 군사력 평가 지수가 36위라고 우습게 보아사도 안되겠지만, 과연 그 수치가 얼마나 실제의 전투력을 나타내는지는 의문이다.

25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실시된 제병협동사격훈련에서 육군 17사단 K1E1 전차가 기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상대국의 전투력 지수만 보면 아주 쉽게 금방 끝날 전쟁이다,

전쟁이라고 할서도 없을 정도로 몇 개의 전투만으로도 승패가 갈릴 만큼 두 나라간의 전투력 지수는 크다.

하지만 아직도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안개속이다. 상대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막강한 화력과 병력, 우방의 지원이 있다고 해도 결국 전쟁은 사람의 몫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성과 없이 물러난 미군이 왜 지금도 그토록 그 전쟁을 연구하면서도 의문을 품는 것은 결국 전투에 임하고 있은 인적 요소를 간과한 것이다.

우리의 역사에도 과거 일본이나 중국의 침입이나 전쟁에서도 눈에 보이는 전력말고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전장에 뛰어 든 수많은 백성들의 의지와 희생이 전쟁의 향배를 바꾼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12척의 함선이 10배가 넘는 일본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전투를 단순한 전력 비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를 가져온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전력이다.

육군의 K21장갑차가 강을 건너는 훈련을하고 있다.@연합뉴스


K이번에 발표된 군사력 지수가 우리나라의 순위가 높고 북한이 낮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북한을 우습게보지는 않겠지만, 자칫 그것이 안줏감처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그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실수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북한이 새해 들어 연일 서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우리나라를 저격하는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는 상황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정치권의 표현도 있지만, ‘물을 개는 언젠가는 반드시 물으려고 달려든다’는 표현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연평도 포격도발’이나 ‘천안함 피격사건’도 북한이 언젠가는 도발을 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북한이 결국 도발을 해 일어났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우리에게 남았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개막식에서 국산 전투기 KF-21을 배경으로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현존하는 우리의 위협인 북한은 1945년 분단 이후 한반도 무력적화통일을 국가 이념에 포함하고 6.25전쟁을 일으켜 직접 실천을 한 우리의 적이다. 그리고 79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를 이어가며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집단이다.

북한이 ‘때’라고 정한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 ‘때’가 되면 결국 북한이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우리도 당연히 모든 전력을 총 동원해 이를 격퇴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임할 것이다.

거기에 군사력 수치나 순위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싸워 이기는 데 무슨 방법이라도 동원한다면 결국 싸움에 임하는 사람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군사력 평가지수에 인적(人的)요인의 측정이 제한된 점이 아쉽지만, 결국은 사람의 문제다. 정신력도 전투력의 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싸워 이기기 위한 밑바탕이자 근본이 정신력이다.

아무리 좋은 무기나 전력도 결국 사람이 운용한다. 과연 우리 군이 북한군보다 정신력에서 더 강한지, 어떻게 정신력을 강화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과 함께 실행이 필요한 시기다.

북한군보다 더 강한 정신력을 갖추기 위한 우리 군의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잘.....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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