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간부 급여인상... 걸맞는 성과로 보답하는 모습 기대 한다

이장호 승인 2024.01.09 11:48 | 최종 수정 2024.01.09 14:09 의견 0
학군장교 임관식@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얼마 전 직장을 구해 서울로 가는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아들이 내게 직장생활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아직은 두려움이 많은 아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부드럽게 조언을 할까하다가 간단하게 말을 건넸다.

“열심히 보다 잘 해라”라고. 아들의 반응은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대부분 뭐든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알고 있기에 열심히 라는 것이 거의 정석처럼 굳어진 표현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에게 “‘열심히’는 일하는 태도와 자세를 말하는 것이고, ‘잘’은 결과를 좋게 만들라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아마 주변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결과에 열심히는 충분조건이지만, 필요조건을 아니다. 열심히에 방향성이 빠져 있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열심히가 안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는 그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직원들은 당연히 그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그리고 성과를 달성해야 그 회사에서의 존재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승진이나 도태가 나눠지는 기준도 회사가 정해놓은 성과 달성이 가장 큰 잣대가 될 것이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지만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기 때문에 이 말이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열심히만 하면 좋은 결과가 당연히 따라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열심히 하지만 방법이 틀렸거나 수준이 미달이면 결과는 좋지 않다. 반면에 잘 하는 것은 열심히를 바탕에 깔고 방향성이 맞고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군은 열심히 할 일을 했다. 언론에 많이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각 부대가 열심히 제 할 일을 했다고 본다. 병사에서 참모총장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군인으로서 제 역할과 책임을 다했기에 북한의 군사적 위협 속에서도 아무런 분쟁이나 충돌 없이 한 해를 잘 마무리 했다.

국민들이 편히 잠을 자고 있는 그 시간에도 군인들은 전방과 후방, 공중과 해상에서 묵묵히 제 일을 열심히 수행했다. 그러면서도 욕심이 생가는 것은 군인 모두가 열심히 하면서도 잘 했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다. 열심히 하는 수준의 차이는 중요하다.

한 해 동안 여러 가지 사업을 수행하고 훈련도 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으면 그에 걸 맞는 결과와 성과가 따라야 했는데 과연 그러했는지 묻고 싶다. 좋은 성과는 열심히라는 요소보다 오히려 잘이라는 요소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 경험에도 열심히 일 하는 부하들보다 잘 하는 부하가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인정받았다. 열심히는 측정이 어려운 면도 있지만, 잘은 결과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잘 한 일인지, 잘 못한 일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나타난다.

잘 하는 것이 단지 성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잘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와 함께 다른 요소들을 더해야 된다. 더 고민하고 더 찾아보고, 더 많이 투자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에서 공무원들에 대한 이미지가 그닥 좋지 않고 ‘철밥통’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도 공무원들은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잘’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잘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군에도 같은 기준으로 들여다보면, 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잘 해서 열심히 했다는 것까지 같이 인정을 받아야 ‘국민의 군대 신뢰받는 군대’가 된다. 말로만 외친다고 되는 것은 없다.

향후 병사와 초급장교의 월급을 획기적으로 인상한다고 했을 때 국민들의 우려 섞인 반응에 대해 군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우에 걸 맞는 보답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더 잘 해서 좋은 성과로 보답해야하는 것이 군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2024년 새해를 맞아 이제 군도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군과 군인이 존경받고 인정받는 문화를 만들려면 지금보다 훨씬 잘 해야 한다. 잘 할 것으로 기대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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