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심사숙고하는 노력이 아쉽다

이장호 승인 2023.12.30 11:30 의견 1
육·해·공군·해병대 학군장교 임관식@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최근 군 초급 간부 모집에 상당한 미달을 겪은 군이 그 원인을 처우 개선에 두고 상당히 피격적인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일 국방부가 '2023∼2027년 군인복지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군 초급간부들의 급여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27년 일반 부대 하사와 소위의 연봉은 올해 대비 14∼15%, 전방 경계부대의 하사와 소위 연봉은 28∼30%까지 인상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부대 하사(1호봉 기준)의 총소득(기본급+수당+당직근무비) 기준 연봉은 2023년 3,296만원에서 2027년에는 3,761만원으로 14% 오르고, 일반 부대 소위는 현재 3,393만원에서 3,910만원으로 15% 인상되는 것이다.

특히, 오지로 꼽히는 최전방 감시소초(GP)와 일반전초(GOP), 해·강안, 함정, 방공 등 경계부대는 일반부대에 비해 인상률이 2배 높다. 예를 들면 경계부대에 근무하는 하사의 연봉은 올해 3,817만원에서 2027년 4,904만원으로(28% 인상) 오르고, 경계부대 근무 소위의 연봉은 3,856만원에서 4,990만원으로(30% 인상) 올라 거의 5,000만원에 육박하는 큰 오름이다.

초급간부와 병 급여 @국방부


여기에 단기복무 장교와 부사관에게 일시로 지급하는 장려금은 내년부터 2배로 올라 단기 장교 장려금은 내년 1,200만원으로, 단기복무 부사관은 내년 1,000만원으로 각각 2배 인상된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환영할 만한 뉴스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 국방부의 계획에 대해 많은 비난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소위가 5천이면 누가 삼전, 현대차 가냐? 말도 안 된다’, ‘ 소위가 5천이면 대령은 얼마냐?’ ‘소방이나 경찰 , 교정 등 가른 공무원들은 어떻게 하냐?’ 등 거의 비난이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다.

군에서 초급 간부의 지원율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고, 우수 자원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내놓은 계획이라지만, 내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깊은 고민이 없는 계획이다.

더욱이 병사 월급이 2025년에 205만원으로 인상된다는 말에는 더욱 많은 비판과 군을 조롱하는 글이 많았다. 병사의 고됨과 불편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국방의 의무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월급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국방부@연합뉴스

일반인이 하루 9시간씩 강도 높은 근로를 하고 받는 최저임금과 유사한 수준인데, 과연 병사의 근무 강도가 일반인보다 더 힘들다고 할 수 있는지는 군 복무를 경험한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과거와는 너무나 달라진 요금 군대를 안다면 이건 너무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위가 한 해 5,000만원의 봉급을 받는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직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이 계획의 실효성이다. 군 초급 간부의 처우만 개산하는 것이 아닌 여파까지 생각하고 만든 계획인지 의심스럽다.

소위가 5,000만원이면 중위는 5,500만원, 대위는 6,000만원.. 이란 식이면 대령은 1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호봉도 계산하면 금액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국방비가 제한되어 있는 현실에서 장병들 월급만 줘도 돈이 모자랄 판이다.

결국 국방비를 인상하는 방법밖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국방비를 무한정 인상할 수 있나? 한 번 올라간 월급은 내려오지 않는다. 그럼 결국 국방 예산에서 장병 봉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진다면 무기체계 개선이나 훈련, 전력 유지는 어렵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군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있다.@연합뉴스


이런 기초적인 계산이나 고민이 있었는지 묻고 싶고, 대안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국방 예산의 부족보다 군이 이렇게 한계와 문제점이 많은 계획은 발표하는 것에 있다. 아마 이 계획을 수립한 담당자나 관계가 결재자들이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았다면 그 심각성을 알 것이다.

국방부의 아마추어 같은 일 처리를 맹비난하는 글들이 얼마나 국민들이 군을 걱정하고 있는지 새삼 느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영화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둘 정도로 과거 군이 저지른 정상적이지 않은 행태들이 다시 주묵을 받고 있어 또 다시 군 혐오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국가를 지키는 군인은 군인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군인 봉급은 국가에서 정한다. 일반 공무원들과 같이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그런데 군인만 올려줄 수 있을까? 이런 식이면 다른 직종에서도 월급을 파격적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해야 하고, 올려달라고 데모라도 할 판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경기도 김포 해병대 제2사단 청룡회관에서 열린 해병대 초급간부 및 군 가족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만약, 국방부의 발표대로 병사와 초급 간부의 봉급이 파격적으로 인상된다고 해서 과연 초급 간부 지원율이 올라가고 우수자원이 군에 들어오는지 궁금하다. 국방부가 그리는 최종상태가 과연 이것인지 묻고 싶다. 일단 국방부가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다고 하니 정말 그대로 되는지,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참이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국방부가 정책이나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예상되는 문제점과 파급효과 등을 서전에 얼마나 정확하고 세심하게 살폈는지 여부다. 어설픈 계획의 결과는 혹독하다. 국민에게 환영받는 모범적인 일을 하는 군과 국방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비역 선배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 35년 군 생활 연금이 소위보다 작아. 소위가 그렇게 힘들고 어렵고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 받는 일을 하나?” 문득, ‘내년 군인 연금이 소위 월급 인상만큼 파격적으로 오를까?’ 하고 막연한 기대를 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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