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미래를 위한 'Think Tank'가 필요하다.

이장호 승인 2023.12.15 07:24 | 최종 수정 2023.12.15 07:25 의견 0

병역 자원 감소 관련 사진.@출처=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최근 언론보도에따르면 내년부터 3개 사단의 신병교육이 사라지고 이를 육군훈련소가 맡게된다. 병역 자원 감소로 9사단 신병교육대 등 3개 사단의 신병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그만큼 병력 자원이 감소해서 현재 50만 명인 우리 군이 계속 병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올해도 병력 자원의 감소에 따른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당장 우리 앞에 나타난 문제이기 보다는 조만간 닥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내년부터 사단 신병교육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하게 느껴진 것이다.

앞으로 20년 후인 2043년에는 병역 자원이 20만 명 아래로 내려가 현재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금보다 더욱 암울한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출생아 감소가 현실이라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우려를 하고 있지만, 병역 자원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은 대안이 없는 치명적인 걱정이다.

2000년대 초반에 여러 단계의 국방개혁안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집중 대두되어 군을 재편하려는 여러 가지 미래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여기에는 병역 자원 감소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능동적으로 인적 자원을 감소하고 이를 첨단 무기와 과학화 시스템으로 대체해 미래 첨단 과학군으로 발전한다는 구상이었다. 능동적인 병력 감소의 개념이었지, 이렇게 자연적으로 강제당하는 병력 감소는 상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폭 넓게 생각하지 못하고 가까운 미래를 직시하지 못했던 것이다.

국방부 깃발.@출처=연합뉴스

병역 자원 감소에 대한 대책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비군 확대, 모병제로의 전환, 여군 확대, 직업 군인 정년 연장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사회적 동의만 얻으면 시행할 수 있는 여러 제도가 있고, 이미 다른 나라에서 도입한 제도라 검증이 끝난 해결책이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하고 고민하고자 하는 점은 우리가 군의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군부터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는 10년, 20년 먼 시기를 말하는 것이지만, 내일도, 다음 달도 미래에 속한다.

지금 병역 자원 감소에 따른 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군의 현실을 감안하면, 아마도 20년 후의 미래는 더욱 모호한 개념상의 청사진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지 우려된다. 군 작전에서 말하는 현행 작전은 어느 정도 하고 있지만, 장차 작전에 대한 대비나 계획은 거의 없는 수준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과거 한미연합사에 처음 근무하면서 미군들의 시스템에 대해 면밀하게 관찰을 한 경험이 있다. 연합사령관인 미군 4성 장군에게는 우리측 연합사부사령관 예하의 참모 조직이 다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차이점은 미군측은 연합사령관의 특별 보좌역과 특별 참모진이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이 지난 12일 서북도서 최전방의 연평부대와 해병2사단 작전지역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한미 공보실 건물 바로 옆에 미군측 대령으로 구성된 사령관 특별 참모진이 사령관에게 한미연합사의 미래 구상과 계획을 제공하고 있었다. 연합사령관은 이들로부터 현행 작전이 아닌 미래 연합사의 구상과 추진 계획 등을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계획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사령관이 누구든지 한미연합사의 역할과 능력을 확장하고 한국과 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 구도 속에서 한미연합사의 미래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즉, 미래를 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떠한지 자문해보면,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합참의장, 국방 장관 등 군 수뇌부에게 과연 미래를 연구하는 브레인인 'Think Tank' 같은 존재가 있는가?

물론 일반 및 특별 참모가 지휘관을 보좌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올바른 결심을 하도록 지원하는 조직은 있다. 이는 사단급만 해도 다 갖추고 있는 조직이다. 그러나 이 조직은 주로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업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지휘관이 교체되면 이 조직도 대부분 새로 교체된다. 잘 추진하던 업무와 계획도 지휘관이 교체되면 그 빛을 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 군이 그동안 수십 년 동안 해 왔던 관행이다.

지난 13일 경북 포항에 있는 포항공항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부 '2023년 연합지속지원훈련(CDEx)'에서 공군 공정통제사(CCT) 요원들이 훈련을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그러다보니 미래를 위한 방향성이 없이 혼란만 키웠다.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이 없다. 방향을 제시하고 계속해 분석하고 수정해 더 좋은 결과를 얻도록 독려하는 것이 'Think Tank'다. 그런데 우리는 없다.

군의 최고 지위인 4성 장군에게 그 정도의 'Think Tank'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지휘관이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분야별 전문가가 그 역할을 대신해 군의 미래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 군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누구 하나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는다. 한다고 해도 큰 그림이 아니라 막연하거나 단편적인 평가나 계획에 불과할 것이다.

'Think Tank'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분야별 전문가를 선발해 오랫동안 그 일을 담당하게 하면 저절로 전문가가 된다. 예비역의 경험과 지식보다는 현역의 참신함이 더 효과적이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예비역에게 여러 가지 역할을 맡긴 결과를 보면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와 같다. 예비역은 과거의 사람이다. 자문이라는 명목하에 자신의 경험에 빠진 한계를 드러낸다. 이미 다른 시대인 미래가 머릿속에 있을 수 없다. 막연한 구상일 뿐이다. 그래서 현역이 더 효과적이다.

지난달 열린 전군 작전지휘관 회에서 신원식 국방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군이 앞으로 닥칠 문제들에 대한 연구와 군의 미래상 등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와 구상이 없이 그저 시간만 흘러 준비 안 된 미래를 맞는 실수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 그래야 군의 미래가 있다.

앞으로도 군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여러 문제들이 속속 나타날 것이다. 준비가 안 된 미래에 휘청거리는 군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결단을 내릴 용기를 내야 한다. 군에 유능하고 머리 좋은 인재들이 많다. 잘 가려 뽑아 그들이 군의 미래를 설계하도록 기회를 주고 여건을 마련해주면 분명 좋은 결과물을 보내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 유지해야 군의 미래가 밝다.

예비역이 군을 걱정하는 모습이 아니라, 오늘을 열심히 살면서 내일과 모레를 준비하는 군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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