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배워보는 이민정책

한성규 승인 2023.07.07 13:38 의견 0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연합뉴스


[뉴스임팩트=한성규 라오스 통신원]한국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는 저출생 위기다. 수치로도 명확하다. 한국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다. 이에 맞춰 잠재성장률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대통령도 국가의 존망 문제로 저출생 위기를 꼽았다.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니 매일 싸우는 여야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국회에서도 초저출생 인구위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는 내용이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이다. 주요내용은 외국인 근로자를 가사근로자로 쓰자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내용은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대해서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자는 내용이다.

지금도 합법적으로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법 및 최저임금법 규정에 따라 근무시간은 1일 8시간, 월 209시간으로 제한되며 시간당 급여는 최저임금 이상이어야 한다. 가사근로자가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야하는 현실과 맞지 않다.

법률이 개정되면 맞벌이 부부들은 월 10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외국인 입주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다. 사회초년생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출산을 포기하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내용이다. 자국인에게는 월 210만 원 정도의 최저임금이 적용되지만 외국인에게는 월 100만원만 주면 된다. 이에 일부 사람들이 이를 인종차별 합법화라고 비난하고 있다.

10년 전에도 영어붐을 타고 외국인 보모들이 들어왔다. 수료를 받고 필리핀인 보모를 연결해 주는 중개업자가 성황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엄마끼리 보모 리스트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비행기 표까지 구입해 현지에서 직접 보모를 데려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검증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 사기를 당하는 등 피해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

이민정책은 무엇보다 초기에 설계를 할 때의 정교함이 우선이다. 잘못된 제도를 시행하면 뒤늦게 고치기가 더 힘들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보모의 역사가 깊다. 이번에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에 이민정책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았다. 외국인 보모의 역사가 깊은 싱가포르의 GDP는 우리의 3배에 가깝지만 가사도우미 비용은 우리나라의 3분의 1이다. 맞벌이 가정의 대다수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쓰고 있다. 아이당 1명씩 두세 명의 가사도우미를 쓰는 사람들도 많다.

싱가포르는 1978년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했다. 월급은 80에서 9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쓰는 자국인도 고용되어 일하는 외국인 보모들도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싱가포르 국제 비즈니스 대학원인 Aventis Graduate School Singapore가 발표한 자료에서는 싱가포르가 수많은 다국적 기술 회사의 본거지라고 적시하고 있다. 정부 기관, 벤처 캐피털 회사 및 인큐베이터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강력한 스타트업 생태계 또한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테크 기업인 Google, Apple, Microsoft, Facebook, LinkedIn 뿐 아니라 Workato, Switcheo Labs, Cover Genius, Kanda Software 등 기술 스타트업도 유치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테크 산업의 생태계를 형성한 싱가포르에는 여러 글로벌 회사뿐 아니라 신생 기업의 성장을 촉진할 기술 인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싱가포르 노동부의 최근 ‘구인 공석 보고서(Job Vacancy 2022)’에 따르면, 테크 산업의 저성장과 일자리 감소로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기업은 기술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하고 이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 천국인 싱가포르는 외국인 고용 역사가 긴만큼 이민정책도 정교하다. 최저임금을 무시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취업도 받지만 재능 있는 외국인의 고용에도 적극적이다. 외국인 취업비자로는 대표적으로 COMPASS와 2023년 1월부터 도입된 Overseas Networks and Expertise Pass (ONE Pass)가 있다.

먼저 COMPASS는 인력 부족 직업군에게 주는 비자다. 숙련된 기술 전문가 중 인력 수급이 부족한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최대 5년간 유효한 EP (Employment Pass)를 신청할 수 있다. 매월 최소 $10,500의 고정 급여를 수령하는 사람과 싱가포르 이민청에서 정한 기준 점수를 통과한 자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학생들@싱가포르대학교 홈페이지


COMPASS에서는 학력도 본다. Top 100대 기관(국제평가랭킹에 따른 세계 상위대학, 싱가포르의 국립대학, 인지도가 높은 직업훈련기관 등)은 20점, 나머지 높은 수준의 학위 또는 자격자는 10점, 그렇지 않은 자는 0점을 부여한다. 20점을 받는 한국의 대학교는 그룹A에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카이스트, 포항공과대학교가 있다.

ONE Pass는 2023년 1월 이후 시행된 새로운 취업비자다. 이 비자도 재능 있는 인력을 외국으로부터 보다 쉽게 데려오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기준은 연령별로 해당분야에서 월 SGD 3,000 이상의 수입을 얻고 있는 현지 전문직, 관리직, 경영진, 기술자(PMET)에 비하여 상위 몇 퍼센트 이상의 급여를 받는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각 산업분야별, 연령별로 급여평균에 차등을 두고 있다.

ONE Pass비자 내용을 보면 최근 1년간 월수입 SGD30,000 이상이고 문화, 예술, 스포츠, 과학기술, 연구 및 학문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은 자이면 비자 유효기간 동안 자유로운 재취업, 복수취업 및 이직 또한 가능하다. 이 비자는 최대 5년까지의 갱신도 가능하다.

전 세계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또한, 자국민이 꺼리는 부족 직업군에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한국은 고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기에도,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기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이민정책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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