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②] 김정은의 전쟁위협, 허풍일까 진짜일까

최진우 승인 2024.01.24 14:50 의견 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위원]북한 김정은이 연일 한국을 겨냥한 위협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

정은은 작년 12월26일부터 닷새 간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또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적대적 국가’로 강조하며, 한국이 철두철미한 제1의 주적이자 불변의 적국이라고 못박았다.

김정은의 전원회의 발언은 지난해 12월 31일 북한 매체를 통해 일제히 공개됐다. 김정은의 한국 위협발언은 새해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8~9일 군수공장을 시찰하며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했고,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개헌을 통해 이런 내용을 헌법에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위협에 해당하며, 한국 등이 미리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시각과, 수십 년간 되풀이해온 허풍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미국에서는 김정은의 발언을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는 관점이 많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협상대표로 나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최근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 “올해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갈루치는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의 독려로, 혹은 독려가 없더라도 미국의 자산과 동맹(한국)에 핵위협을 가해 중국을 지원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갈루치는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결정한다면 그건 미국의 실제 행동력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고유 셈법에 따를 것”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미국의 확장억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망상이라 여길지라도 북한 지도부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서 한국이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도 이같은 전쟁 위협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한미군이 대만 사태에 개입하고 북한도 중국 지원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북한 김정은 혹은 최상층 지도부에서 혼란한 틈새를 이용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갈루치는 “북한이 우발적으로 상부의 허가 없이 핵무기를 발사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핵무기를 가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이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정치적·군사적 도발을 강화하는 데 대해 “북한 김정은이 전쟁을 준비한다면서 자기네 무기를 남의 나라에 파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김정은의 허세나 공갈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태영호 의원은 “김정은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대량으로 팔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한국과 미국이 이런 사정을 알고 갑자기 쳐들어오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있다”며 “약점을 감추기 위해 역으로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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