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함께하는 국군의 날 행사를 기대하며...

이장호 승인 2023.10.06 11:16 | 최종 수정 2023.10.17 12:38 의견 0
윤석열 대통령이 광화문을 국방장관등과 걷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지난 달 2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국군의 날 행사 시가행진이 열렸다. 2013년 이후 10년 만에 도심을 가로지는 국군의 행진이 펼쳐져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오랜만에 열린 대규모 군 행사여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사를 본 나의 감흥은 많이 달랐다. 2013년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행사 기획단의 일원으로 홍보 업무를 담당했던 추억이 떠올라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기분을 느꼈다. 10년이 지났어도 생생한 듯 행사를 준비했던 많은 과정과 그 때 만났던 사람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이번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이 추석 연휴 중에 있어 불가피하게 일정을 조정해 9월 26일 행사를 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대규모 행사를 통해 국군의 위용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국군이 북한의 군사 위협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지신감과 능력을 보여주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특히, 신무기와 많은 첨단 무기들이 첫 선을 보이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국군의 날 행사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북한의 열병식 등 군사 행사를 보며 군사력을 분석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그래서 국군의 날 행사는 전술적, 전략적 메시지를 담아 행사 이상의 행사가 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강한 군대만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한다”며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한 서도 이러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육군의 자주포가 시내를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그날 저녁 뉴스에서도 국군의 날 행사를 보도했다. 첨단 무기와 당당한 국군 장병들의 행진 모습이 늠름하게 보도되었다. 우리 국군의 강한 모습을 본 것 같아 뿌듯하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일부의 의견이지만 시가행진으로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인터뷰가 있어 아쉬웠다. 축하와 기쁨의 축제에 오점을 남긴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아쉬웠던 것은 시가행진을 관람한 시민들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사실이다. 평일 오후이고 비까지 내려 관람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환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한 기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행사치고는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지 행사를 위한 행사로 끝난 것은 아닌지 하는 진한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육해공군과 간호 사관생도와 국군 장병 등 5,000명이 넘는 인원과 200여 대의 중장비와 무기가 동원된 시가행진을 감안하면 더 많은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해 박수와 환호, 응원을 보냈어야 제대로 된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27일에 확인한 언론사 기사 댓글에도 긍정과 부정, 아쉬운 점들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내가 10년 전 행사와 비교해도 진한 아쉬움을 금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한 만큼의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는 국군 장병들에게는 당연히 박수와 응원을 보내야 한다. 국가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국방력이다. 전쟁에 패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수많은 국가들의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로마 제국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가 저술한 병법서 『군사학 논고(De Re Militari)』에서 유래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진부한 격언으로 들린다면 우리는 지금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미군의 행진모습@연합뉴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된 이유와 배경에는 강한 미군이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국방력 강화에 상당한 예산을 지원한다. 세계 경찰로서 미국이 국제 분쟁에 개입해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배경에는 미군의 막강한 국방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도 이를 인정해 미군의 희생과 봉사에 대해 감사와 인정을 보내고 있다.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참전 용사를 대하는 미국인의 여러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 군이 과거에 비해 많이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부정적인 사건과 사고로 인해 군의 위상이 실추되다보니 과감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기 어려운 현상이 오래되고 있다. 국군의 날처럼 좋은 행사를 더욱 과감하게 홍보하고 시민 참여의 이벤트 행사도 많이 펼쳐 국군의 날 행사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내가 꼰대 같지만, 10년 전에 이런 행사를 많이 해 큰 효과를 봤던 경험에서 하는 말이다.

시가행진으로 다소 불편했더라도 국군의 날 행사로 인한 불편도 감수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인내심도 이해는 된다. 그래도 국군의 날이고, 10년 만에 하는 생사인데 그런 불편이 불평이 된 우리 사회의 변화도 군이 먼저 감안했어야 했다. 많은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군의 책임이다. 많은 시간 동안 준비했다면 최상의 결과를 남겼어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10년 전에 했던 행사다보니 경험자도 없어 단지 과거 자료를 참고로 업무를 했을 것이다. 과거 경험자들을 찾아 조언이나 당시의 생생한 경험을 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10년 전에 우리 부서도 60주년 국군의 날 행사 경험자들을 찾아 문서에 기록되지 않은 좋은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결과도 당연 좋았다.

국군의 날 행사의 주인공은 국군 장병이다. 국군 대표로 뽑힌 행사 장병들의 자부심도 굉장하다. 병사는 물론이고, 장교들도 국군의 날 행사 참가 경험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군 생활의 특별한 경험이다. 그 만큼 군에서는 중요한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철저한 계획과 연습으로 잘 준비해 축제의 행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국방부와 각 군 본부 입장에서는 국민들께 군의 위용을 직접 자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바로 국군의 날 기념행사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 아쉬움이 없는 행사를 선보여야 한다. 아마 다음 번 행사는 더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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