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질서의 전환점”

지구촌 번영 가져온 세계화에 종지부 … 新 냉전 시대의 개막
北 추가 핵실험 징후 … 동북아 안보지형에도 소용돌이 가능성

강현수 승인 2022.03.29 09:35 | 최종 수정 2022.03.29 10:53 의견 0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sbs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뉴스임팩트=전문 칼럼리스트 강현수]“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영향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이어질 것이며, 세계 질서의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10조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1경 원이 넘는 돈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CEO(최고경영자)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은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신에 이렇게 적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연결된 문이 닫혔다”며 “러시아의 침공은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경험한 세계화(글로벌라이제이션)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9.11 테러가 그랬듯 세계사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전환점이다. 지금부터 펼쳐질 세상은 이제까지와는 상당한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핑크 회장의 말처럼 ‘(지구촌의 번영을 가져온) 세계화의 퇴조’와 ‘신냉전 시대의 개막’을 그 키워드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늦어도 일주일 이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란 예측이 다수였다. 하지만 막강한 화력과 첨단무기를 갖춘 러시아가 한달 넘게 고전 중이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핵심은 ‘전쟁의 명분과 국민적 지지 여부’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비(非)나치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들은 전쟁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다.

독재자 푸틴의 ‘개인적 야심’만을 내세운 전쟁인 셈이다. 더구나 공수부대와 전차를 신속히 투입함으로써 전쟁을 단시간내 끝낼 수 있다는 푸틴의 ‘오만’은 기갑부대와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육상부대를 괴리시켜 전차부대만 괴멸시키는 ‘전략적 실패’를 낳았다.

반면 우크라니아 국민에겐 자유냐 압제냐, 번영이냐 빈곤이냐는 ‘생사의 문제’였다.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쏘고, 첨단 전투기와 전차, 함대를 앞세웠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결사항전을 뚫지 못했다.

“하늘의 때는 지형상 잇점보다 못하고, 지형상 잇점은 사람들 간 단결보다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고 한 손자의 말처럼, 전쟁은 국민들이 단결할 수 있는가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왜 싸워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싸워야 하는지를 모르는 데 아무리 첨단무기가 있어봐야 무슨 소용일까.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주적(主敵)의 개념이 사라져버린 우리 군의 모습이 우려스런 것은 사실이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유럽연합(EU) 회원국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만 하더라도 집권당의 언론 탄압과 법치 파괴, EU 탈퇴 추진 등으로 서방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으로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3월 26일(현지시간) 수도 바르샤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18세기 후반부터 주변 강대국에 의해 주권이 침해당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과 독일의 동시 침공으로 나라가 흡수 합병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폴란드는 지금 “EU의 회원이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일원인지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러시아가 침공하더라도 유럽 및 NATO 회원국들과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대한민국은 우리가 지킨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동맹도 중요하지만 국가 안보는 남에게 의지할 수 없다. 우리 땅은 우리가 지킨다는 결의와 능력 없이는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

둘째는 북핵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의 필요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사용을 위협했다. 북한의 김정은도 문재인 정부가 순진하게 남북 관계 해빙에 매달릴 사이 미사일과 핵무기를 고도화했다. 조만간 또 핵실험을 할 태세다. 김정은이 대한민국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할 때 어떤 대비책이 있을 것인가?

이는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느냐 마느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핵은 재래식 무기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무기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비핵화를 추구하는 가운데서도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북한 미사일 공격에 방어할 수 있는 사드의 추가 배치와 관련해선 일각에서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국가 안보는 다른 나라와 협상 대상이 아니다. 중국과의 협상에서 이같은 외교적 원칙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중국은 한반도를 향해 수많은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지 않은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이나 러시아,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가 입버릇처럼 외치고 있는 제국주의의 당사국이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나 중국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침공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대만은 국민들의 군 복무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었던 때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70년이 채 안된다.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은 동북아의 지역안보 지형에도 소용돌이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전문 칼럼리스트 강현수 cosmosun08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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