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운다 … 빛은 어둠을 이길 것”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으로 러시아 공세 주춤
-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는 결코 세계를 이끌 수 없어” … 세계질서 격변 예고
-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강현수 승인 2022.03.02 15:59 | 최종 수정 2022.03.02 16:21 의견 0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EU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CNN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뉴스임팩트=강현수칼럼리스트]“우리는 우리의 영토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모든 광장은 ‘자유의 광장’으로 불릴 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 빛은 어둠을 이길 것이다. (We are fighting for our land. And for our freedom. Every square today, no matter what it”s called, is going to be called Freedom Square. Light will win over darknes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유럽연합) 의회에서 화상으로 한 특별연설의 한 대목이다. 통역관이 목이 메여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한 가운데 유럽의회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찬성의 뜻을 표시했다.

러시아의 전격적인 침공으로 전쟁 상황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전 지대로 피신시켜주겠다는 미국의 제안도 거절한 채 수도 키예프에 머물면서 항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력상 압도적 우위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에 밀려 침공 6일째인 1일 현재(현지시간)까지 주요 도시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편에선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쪽으론 추가로 대규모의 군 병력을 투입하고, 핵 공격을 위협하는 등 양면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 EU 등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국제 금융결제망에서 퇴출시켰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도 속속 러시아와의 관계 차단에 나서고 있다. 루블화 가치와 모스크바 증시가 폭락하고 물가는 치솟는 등 러시아 내부에서도 반전(反戰)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푸틴으로선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낭패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전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예단하는 건 쉽지 않지만, ‘9.11 테러’처럼 국제질서와 지구촌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하다. 대한민국은 이 전쟁을 보면서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첫째는 러시아나 중국은 결코 세계를 이끄는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자유’와 ‘평화’, ‘인권’이라는 인류 공동의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에 위해(危害)가 될 수 있다면 강대국이 약소국을 마음대로 침공해도 되는 것인가? 약소국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없는 것인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EU나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패권을 추구한다. ‘호혜평등’, ‘자주’라는 말은 외교적 수사(修辭)일 뿐이다. 패권(覇權, hegemony)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상대로 강압적인 간섭을 통해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러시아나 중국은 자유나 평화,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패권을 추구한다.

둘째, 국가 안보는 결코 다른 나라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과거 핵탄두 1,700여 개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 막강한 핵전력을 가진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소련이 과거 우크라이나 지역에 핵무기를 집중 배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련이 해체되면서 1994년 12월 국제적으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맺게 된다.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내놓고 대신 미국과 러시아, 영국이 독립과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 양해각서의 골자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보듯 서방국가들은 예고된 전쟁을 저지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

셋째, 자유는 공짜가 아니며, 국민들이 싸울 의지가 있어야만 지킬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막강한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단합된 마음이 있어서다. 자원입대의 기차를 탄 수많은 젊은이들, 몰로토프 칵테일(Molotov cocktail, 화염병)을 준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러시아군 탱크를 몸으로 막는 국민들이 있기에 열악한 전력에도 버티고 있다.
아프카니스탄은 미국으로부터 천문학적인 군사원조와 첨단무기를 지원받았지만 미군이 철수한지 얼마 안돼 정권이 탈레반으로 넘어갔다. 부정부패가 판치고 정부 신뢰가 땅에 떨어졌으며, 국민들이 싸울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무기와 장비가 최신식이고 국제사회가 지원해도 자유와 평화를 지킬 수 없다.

“넘쳐 넘쳐 흐르는 볼가 강물 위에
스텐카 라친 배 위에서 노랫소리 들린다.
페르시아의 영화의 꿈 다시 찾은 공주의
웃음 띤 그 입술에 노랫소리 드높다.
돈 코사크 무리에서 일어나는 아우성
교만할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주린다.
다시 못 올 그 옛날로 볼가 강은 흐르고
잠을 깨인 스텐카 라친 외롭구나 그 얼굴.”

‘스텐카 라친’(Stenka Razin)이라는 러시아의 민요이다. 1980년대 대학가 시위때 자주 불려진 노래 중 하나다. 스텐카 라친은 1600년대 후반 러시아의 차르(황제)에 맞서 농민반란을 주도한 카자크인들의 지도자다. 카자크인은 러시아 남동쪽 국경 지방, 지금의 우크라이나에 주로 거주했던 슬라브계 민족이다. 스텐카 라친은 반란에 실패하고 차르에 의해 처형되고 만다.
우크라이나는 대한민국보다 더 오래 외세의 지배에 시달린 나라다. 구(舊)소련 치하 스탈린의 강권 통치때는 수백만, 수천만명이 대기근(홀로도모르, Holodomor)으로 아사(餓死)한 아픈 경험도 갖고 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핵을 가진 북한 독재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위협받고 있는 나라, 안보는 정치인의 말이 아니라 내 자유는 내가 지킨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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