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전 정부 시절 추진하던 미국의 아파치 공격헬기 추가 도입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국산 드론 전력 강화 및 독자 개발로 노선을 급격하게 바꾼 배경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가 무책임하게 국방예산을 깎았다고 비난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단순한 예산 조정 차원을 넘어, 한국 군사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는 것이 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서 드론이 입증한 전술적 효용성이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파치 헬기 도입 계획, 왜 철회됐나=윤석열 전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 및 기존 기종 연계 운용 차원에서 아파치 가디언(AH-64E) 헬기 20여 대 추가 도입을 검토해 왔다. 이를 위해 그 사전 준비단계로 900억원에 달하는 예비 착수비용을 올해 예산에 반영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자 이 예산을 날려버린 것이다. 예비 착수비용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실상 아파치 추가 도입 계획은 없던 일이 되어 버린 셈이됐다.

이재명 정부는 이 계획을 ‘기동성 대비 지나치게 고가이며, 미래전 대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백지화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도입 비용만 4조 6000억 원에 육박하고, 유지·운영비까지 포함하면 30년간 총 7~8조 원에 달하는 투자”라며 “차세대 전장환경에서 과연 그만한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 면밀한 검토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파치 대신 드론 자체개발로 급전환=이재명 정부는 아파치 헬기를 추가 도입하는 대신, 드론 자체 개발로 방향을 180도 돌렸다. 아파치 헬기 추가 도입비용을 드론 개발에 사용할 경우 최대 650만대의 드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군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드론 중심 전환의 가장 큰 배경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드러난 드론의 결정적 위력 때문이다. 전쟁 발발 이후,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부터 상업용 DJI 드론까지 다양한 드론이 전장의 판세를 뒤바꾸는 역할을 해냈다. 정찰, 타격, 자폭, 통신 교란 등 다목적 활용이 가능했고, 무엇보다도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점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되고 있다.

미국 국방전문지 디펜스 원은 최근 분석 기사에서 “드론은 대규모 병력 투입 없이도 전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며 “아파치 한 대 가격으로 수백, 수 천 기의 공격형 드론을 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드론 전력 전문가 저스틴 브롱크는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우크라이나 전쟁은 헬리콥터가 지대공 미사일과 드론에 의해 얼마나 취약한지를 명백히 보여줬다. 이제는 대규모 회전익 항공기보다는 분산형, 자동화된 드론 군집이 전장의 핵심이 되고 있다.”

◇국산화 가능성과 산업 생태계 육성=아파치는 완제품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도 극히 낮다. 반면 드론은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장벽이 낮고, 기존 민간 기술을 군용에 전환하는 '듀얼 유즈(Dual Use)'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민간 방산 스타트업들과 협력해 군집형 드론, 스텔스 드론, 자폭 드론 등의 독자 개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와 방사청은 오는 2026년까지 국산 드론 전력화율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밝힌 바 있다.

또한 드론 개발은 방산 수출 확대와도 직결된다. 이미 폴란드, 사우디, 베트남 등은 국산 드론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K-방산’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드론 중심 전환의 과제와 리스크=하지만 전환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전 및 GPS 교란 대응력 확보다. 러시아는 전장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의 GPS 신호를 교란해 전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앞으로 직면할 수 있는 기술적 도전이다.

또한 군 내부에서 ‘기존 전력 체계와의 통합’에 대한 저항도 존재한다. 전통적인 기계화 부대 중심 전략에 익숙한 군 지휘부가 드론 기반의 유연한 전장 전술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정부의 드론 개발 전환은 단순한 장비 변경이 아니다. 그것은 전장 패러다임을 ‘중앙집중식 화력’에서 ‘분산형 정밀 타격’으로 바꾸는 결정이며, 미래형 전쟁 양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아파치 도입 철회는 일부 보수층의 비판을 받을 수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 중심의 비정형 전력이 기존 무기체계를 압도하는 사례를 여실히 보여준 지금, 이 판단은 오히려 ‘현실적’이고 ‘전략적’이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선택은 한국의 군사 자주성과 방산 기술력 강화라는 중장기 목표에 부합하며, 이는 ‘K-드론’이 새로운 방산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