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자산, 비트코인이 12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세계 가상화폐 시황을 중계하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5일 기준 12만 달러를 넘어서며 연일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랠리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른바 ‘개미들의 광풍’으로 불렸던 2017년, 그리고 ‘코로나발 유동성 장세’였던 2020~2021년과는 달리, 2025년의 비트코인 랠리는 명백히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TF 승인 이후, 시장의 판이 바뀌었다=2024년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이후, 블랙록, 피델리티, 인베스코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비트코인 시장에 진입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자산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기관들은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할당하며 비트코인을 ‘디지털 골드’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미국 크립토 전문 리서치회사 메사리의 수석 애널리스트 라이언 셀키스는 “ETF 도입은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기관의 리스크 관리 구조 내에서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자산으로 포섭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제도적 인정은 글로벌 연기금과 대학기금 등 보수적인 투자기관의 진입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동안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기금(CalPERS)과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이 비트코인 ETF에 일부 자금을 배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반감기 효과와 공급 감소 기대감=지난해 4월, 비트코인은 4번째 반감기를 맞이했다. 반감기는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로, 공급이 감소하는 구조적 요인이다. 매번 반감기 이후 일정 시점에는 강력한 가격 상승이 수반되었으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반감기 이후 신규 유통되는 비트코인은 하루 450개 수준으로 줄었으며, 이는 시장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장기 보유자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유통 가능한 물량은 더욱 줄어든 상태다.
◇기관 대 개인, 불균형한 접근성=하지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모습이 역력하다. 이미 가격이 급등한 이후라 진입 시점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고, 2021년 폭락장의 기억도 여전히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상승장에서 주요 매수 주체는 기관이었으며, 개인은 추격매수에 나서기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이 주도했던 과거 상승장과는 분명한 차이점이다.
가상화폐 투자 플랫폼 루노의 전략가 조 비즈넛은 “현재 비트코인은 기술적 상승 여력은 충분하지만, 개인에게는 너무 늦은 진입일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분할 매수 전략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조언했다.
◇여전히 상승 여력 있지만, 경계 필요=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15만~20만 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는 낙관론과, 거품이 과도하다는 경고가 공존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 규제 리스크, 디지털 달러와 같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등이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ETF 자금 유입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2025년 말까지 비트코인이 15만 달러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조정장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규제 측면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유럽연합과 일본은 암호화폐 자산의 회계 처리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도 암호화폐 지갑에 대한 실명제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