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테랑의 시각 13] 예비역이 명품 군대를 만든다.

이장호 승인 2023.05.13 15:33 | 최종 수정 2023.07.21 19:09 의견 0
예비군 훈련모습@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은 명문학교를 보면 재학생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졸업생이 유명인이거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우수한 학생들이 또 그 학교를 들어가 좋은 결과를 얻는 선(善)순환이 반복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어 결국 우리가 말하는 명문 학교가 되어 왔다.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와 보니 나도 남과 다를 바 없는 예비역이 되었다. 군에서 근무했던 시절은 어느새 과거의 추억과 일기장에서 존재하고 있었고, 50대의 아파트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 동기생들도, 선배도 후배도 어느새 예비역이 더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예비역으로서의 입장에 대해 말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 전역 후 사회에서 다른 일이나 직장을 구한 사람도 있고,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부류도 있다.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군에서 경험했던 소중한 자산을 잘 활용하는 예비역도 있고, 전혀 다른 길을 가는 부류도 있다. 나는 전역 후 바로 기자가 되어 지금까지 군에서 했던 홍보와 관련 한 일을 하고 있어 군과 연결되는 부류에 속한다.

아마 대부분의 예비역들이 사회에서 일을 하려고 하면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장애물이 바로 ‘예비역’ 그 자체다. 직업 군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적잖은 실망감과 부담, 심지어 분노까지 경헌한다고 한다.

최근 대령으로 전역한 동기생은 자신이 군에서 계획했던 일들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상당히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다. 나름 정책부서와 야전 등에서 많은 경험과 전문 지식을 쌓았다고 자부했던 터라 전역 후 관련된 일을 쉬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아, 자신의 이력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것에 많이 놀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사회에서 예비역이라는 꼬리표가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하소연하며 “사회에서 예비역의 위상에 놀랐다”고 말했다.

예비역의 위상이라는 말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예비역들은 군에서 각자 최선을 다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임무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다. 단지 근무 장소가 사회가 아닌 군이라는 점만 다를 뿐 여느 공무원과 다를 바 없는 공복(公僕)으로서 충실하게 근무했다.

그렇지만 사회에서의 인식은 과거 정치군인이나 군부 독재 등 나쁜 군인들로 인한 피해가 아직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어 예비역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시절은 과거의 역사로 사라졌다. 국민들에게 분노와 아픔을 주었던 인물들과 지금의 예비역은 다르다. 이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이런 관점에서 예비역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사회에서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우리 후배들이 계속 예비역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도 지금과 같은 좌절과 벽을 느끼게 한다면 그것은 먼저 전역한 지금 예비역들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예비군들이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예비역들이 명품 군대를 만들 수 있다. 예비역들이 사회에서 군에서의 실력을 살려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는다면 그 존재감이 높아질 것이다. 군만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 사회에서 활용하는 예비역들의 노력과 성과가 인정을 받는다면 예비역과 군이 함께 xin-win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 문제가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예비역들이 전역 후 사회에서 직장을 구하면면서 부딪히는 문제가 기회가 없다는 것과 군 경력을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다시 군으로 오는 기회를 가장 많이 선호한다. 사회에서 직업을 구할 준비가 부족하거나 사회생활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도 있어 결국은 계약직 군무원이나 군 교수, 예비군 지휘관 같이 신분만 다른 또 다른 군 생활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에비역이 사회로 나오지 못하고 다시 군으로 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 예비역의 사회 도전은 그만큼 더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사회에서의 역할과 교류가 적어지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선택에 대해 왈가불가한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이런 현상이 마치 공식처럼 전해져 전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이 길을 많이 선택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 길도 길게 봐di 5년 전후다. 그 다음은 어떨까? 이제는 더 기회도 없어 그냥 예비역이 된다.

지금도 사회 각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예비역들이 많다. 본인이 말하기 전에는 누구도 예비역인지 모를 정도로 예비역으로서 사회 누구보다도 더 인정을 받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이 결국 예비역에 대한 인식을 좋게 바꾸고 군을 이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군에서 홍보 일을 했던 나로서도 사회에서 아직도 군에 대해 부정적인 거부감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기자로서 생활하면서 참 많은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군에서 배운 업무 추진 패러다임과 오랜 경험이 사회 일반 기자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자평한다. 오히려 조직생활을 했던 내가 더 나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무원들은 내가 예비역이라는 것에 오히려 친근함을 보여 일을 하면서 살짝 혜택을 보기도 한다. 군인도 기자가 될 수 있다는 것과 분석력과 조직력에서 좋은 능력을 보여 군에 대해 호감을 보이는 경험을 가끔 하고 있다.

사회에서 예비역에 대한 불편과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훌륭하고 멋진 예비역이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예비역 각자의 노력도 중요하고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단순이 직업 알선이 아닌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지원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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