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테랑의 시각 12] 군에서의 경험을 사회에서 활용하면 어떨까!

이장호 승인 2023.05.09 10:39 | 최종 수정 2023.07.21 19:10 의견 0
사진@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30여 년의 장교 생활을 마치고 군을 떠나고 나서 드는 생각은 그동안 군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그 경험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군이 아니고서 어디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할 정도로 병사에서 간부,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던 것에 감사하다.

특히,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 높은 전문가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큰 행운이었다. 두고두고 곰씹어도 될 정도로 자랑할 만한 스토리가 많다.

그분들도 나를 군의 전문가로 인정해준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군에서 좋은 삶을 살았다는 것에 자부심과 감사의 마음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전역한 직업 군인’이라는 꼬리표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사회에서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군에서 경험한 것들이 사회에서 쓸모가 있던가요?’였다. 이 말이 이제 사회에 나왔으니 군에서의 경험과 지식은 묻어두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군과 사회가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군도 일반 사회와 같이 조직이 있고, 전문성이 있으며, 더욱이 오랫동안 한 직종에 근무해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특히, 군이 사회와 교류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군도 사회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큰 격차가 없어졌다. 아직도 군에서의 경험은 사화와는 다른 것으로 오해하는 일이 많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사회에서의 이런 인식은 사회와 군의 수준 차이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첨단 시대를 이끌고 있는 사회와 달리 군은 아직도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돼 군의 정보와 지식을 구시대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쉽게 말하면 단언코 “NO"다. 전부는 아니지만 군이 더욱 발전된 분야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근무했던 홍보 분야만 해도 군에서는 30년 정도 한 분야에서 근무한 간부들이 많아 언론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훌륭한 인물이 많다. 전역 후 일반 회사 홍보 담당 중역으로 옮긴 선배들도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군의 역할과 임무가 사회와 다른 부분이 많다보니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제한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메커니즘이 유사하기에 금세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런 측면에서 군 예비역 간부들의 활용이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오랫동안 군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예비역들은 일단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경력을 보면 그 예비역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정책부서와 야전 등 다양한 근무지에서 쌓은 능력은 사회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예비역들은 시행착오 겪으며 다져온 능력을 가지고 있어 현장에 즉시 활용 가능하다. 이것이 큰 장점이다. 시행착오에서 오는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막을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실수를 반복하는 과정을 생략해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저비용 고품질의 자원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일단 예비역 군 간부들의 수준을 고려하면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연금을 받아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어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강점이다. 물론 예비역 간부들을 싼 값으로 평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예비역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기회를 많이 달라는 말이다. 그러면 그들도 충분히 그대에 부응할 것이다.

내가 만난 예비역들의 공통된 의견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근면하고 성실한 업무 자세와 남에게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하는 성향으로 최선을 다해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 일할 기회를 달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예비역들이 사회에서 일하고 싶어도 쉽게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아는 과거에 군 출신이 낙하산 인사나 간섭을 하는 불편한 존재였던 시기가 있어 군 출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아직도 남아 있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나도 사회생활을 하며 군 예비역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것이 크게 부담이었지만, 남에게 좋지 못한 소리를 듣기 싫은 나름의 자존심이 있어 더욱 긴장하고 조심스럽게 일을 한다. 특별히 어려움 없이 나름 회사에 기여를 하고 있어 예비역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조금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군이 아직도 사회에서 편한 존재가 아니지만,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군 간부들의 사회생활 기여도가 그런 변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군도 전역한 간부들에 대해 많은 관심과 지원에 노력이 필요하다. 예비역 개인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모른 체 하기에는 너무 많은 예비역들이 군에 대해 섭섭함을 가진다는 점에서 정책적인 지원에 노력해야 한다.

예비역들도 어제까지는 현역이었다. 현역들도 얼마 지나면 예비역이 된다. 길게 보라. 그리 길지도 않다. 군을 떠난 예비역들이 군에 고마움을 가지고 응원해야 군도 커 간다. 예비역들이 군을 더 걱정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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