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테랑의 시각 11] 안보에는 이견(異見)이 없어야 한다.

이장호 승인 2023.05.03 10:12 | 최종 수정 2023.07.21 19:10 의견 0
작년 국군의 날 윤석열 대통령이 사열을 받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안보에는 이견(異見)이 없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안보도 각자의 이익에 따라 이견이 많다. 그래서 걱정이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군의 대응 방향이 극과 극을 달린 적이 있었다. 북한이라는 안보 리스크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면 군이 그 사명을 다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어 제대로의 역할을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나의 군 생활을 되돌아봐도 그런 성향이 짙게 드리운 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순수하고도 숭고한 사명을 수행하는 ‘공익 집단’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외세로부터 국가와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굳건항 방패막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군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국가의 흥망에는 군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외세의 침입을 막아내지 못한 국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지금은 존재하지도 기억하지도 않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의 역사에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서양의 침범 등 강한 외국의 침략을 막아내지 못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잃은 아픈 과거를 잘 알고 있다. 급기야 나라마저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기에 더욱 더 강한 군대가 필요한 조건이 되었다.

6.25 전쟁은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과거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직접 겪은 생생한 증언자이기도 한 역사로 그리 오래된 과거가 아니다. 북한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 정도로 우리에게는 큰 위협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근래 들어 북한이라는 안보 위협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우리가 체험하는 정도가 상당히 달라졌다. 이것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주적(主敵) 개념’의 변화다.

국방부가 발간하는 국방백서는 적의 개념이 명확하게 기술돼 있다. 주적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94년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명기돼 2000년까지 유지됐다. 이후 남북 화해 무드가 형성되면서 2004년 국방백서부터 ‘직접적 군사위협’ 등의 표현으로 바뀌었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도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직후 그해 발간된 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이 재등장했고 박근혜 정권까지 유지됐다.

2020년에는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표현한 반면, 2022년 국방백서에는 과거와 같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가 담기며 북한이 명백한 적으로 지목됐다.

주적의 개념이 정권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다보니 군도 정치의 영향을 받아 북한에 대한 안보 교육 내용도 큰 변화를 보였다. 장병 정신교육 지침이 정권에 따라 변할 정도로 안보도 정치의 입맛에 따라 눈치를 보는 현상을 보였다.

군은 밖을 보고 있다.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항상 밖을 주시하면서 힘을 키운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국민을 보호하는 임무를 위해 밖을 봐야 한다. 그래서 정치의 성향에 관계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임무인 나라를 지키는 일을 수행하는 존재이고, 국민들도 군이 그러기를 바라는 것이다. 군이 사적인 집단이 아닌 공적인 집단이 이유가 바로 익서 때문이다. 그래서 군이 그 공적인 임무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운 국민의 질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정치 군인과 정치에 줄을 대던 군인답지 않은 군인들로 인해 군이 오랜 시간동안 많은 질타를 받았고, 그로 인해 군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양국의 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전쟁의 참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간단하다. 적의 위협은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고 피해라는 사실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강한 군대를 보유하고 첨단의 무기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결국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안보에는 이견이 없어야 한다. 미국이 세계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론 군대이다. 막강한 미군을 만들기 위해 정치권에서 장기적 계획으로 많은 지원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미 군사훈련 모습@연합뉴스


2001년 9.11 사태 후 미 공화당과 민주당이 하나가 되어 800조 수준의 국방비 증액에 합의해 미군이 이라크전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미군은 최강의 군대로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든든한 정치적 지원과 국민들의 성원이 오늘날의 미군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군의 미래를 위해 하나 된 목소리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군이 성장할 수 있다. 10년이 지난 후의 군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더 이상 군이 정치의 누치를 보거나 휘둘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강군(强軍)이 된다. 군과 군인의 사기를 꺾거나 눈치 보게 하거나 힘들게 하지 않으면 군은 잘 성장할 수 있다.

군은 무소의 뿔처럼 묵묵하게 제 갈 길을 잘 것이다. 믿고 지켜보면 머지않아 그 믿음에 보답할 것이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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