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테랑의 시각 10] 우리는 군가(軍歌)를 듣고 싶다.

이장호 승인 2023.04.26 14:07 | 최종 수정 2023.07.21 19:11 의견 0
해병대 1사단 해병대원들이 군가를 부르며 달리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군대하면 떠오르는 것 하면 대부분 짬밥, 얼차려, 고참, PX 등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만큼 사회와 다른 환경에서 살다보니 군 특유의 환경이 만든 추억이다.

고등학교를 졸업도 하기 전에 사관학교 입학했던 나는 군가를 처음 배우면서 상당히 고생했다. 음악과 별로 친하지 않았던 내게 군가는 노래가 아닌 외어야 하는 숙제 그 자체였다.

군가를 배운다는 명목 하에 2학년 선배들의 얼차려와 선착순이 정당성을 가지는 합법적인 고문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사관학교 생활에서 군가는 내게 큰 의미를 안겨주었다. 군가를 통해 나와 동기생, 선배, 후배가 한 집단의 일원이라는 소속감과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관학교와 한 장소에서 만나 세(勢)를 겨루는 3사체전이 군가의 가치를 가장 크게 느낀 추억이다. 3개 사관학교 생도들이 서로 기 죽지 않으려고 목청을 높여 부르던 군가의 경쟁이 축구나 럭비 경기보다도 더 뜨거웠고 치열했다. 목이 쉬어 말도 안 나올 정도로 불렀던 군가로 어느새 진정 사관생도로서의 자부심을 높여주었던 도구가 되어 있었다.

군대에서 군가는 노래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도 강하고 믿음직한 군대가 나올 때 군가를 부른다. 구보를 하거나 행진을 하면서 부르는 군가는 힘도 나게 해주고 동료와의 화합도 느끼게 해준다. 군가라는 군인들만의 노래가 가진 힘이다. 그래서 군가는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나고 그래서 추억의 교집합으로 군가를 부른다.

그런 군가가 요즘은 군대에서 많이 불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코로나 3년이 가져온 안 좋은 영향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렵고, 목소리를 내야하는 제한이 있어 영상으로 보고 배우는 정도라는 것이다. 당연히 구보나 행진 간에 군가를 부르지 않다보니 자연히 군가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요즘 군대가 너무 조용해졌다는 예기를 듣는다. 군가, 함성, 총소리 등 군대만이 낼 수 있는 소리들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또한, 군가를 과거 군대의 유물이나 폐해로 생각하는 인식도 군가를 멀리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군가를 들으면 과거 군에 대한 부정적인 추억이 떠오르는 것과 연결되는 등식이 있어 가급적 멀리해야 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군가는 한편으로 군대 그 자체일 수 있다. 군대 조직의 단결과 화합, 강인함을 상징하는 수단인 것이다. 소대나 중대급 군인들이 부르는 군가를 들어보면 믿음이 갈 정도로 군인들이 멋지고 믿음직스럽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육군훈련소나 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을 가 보면 신병들이 부르는 군가에서 예전의 민간인 아들이나 남친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남자다움을 느낀다고 한다.

역사를 통해서도 전투가 벌어지면 깃발을 든 병사와 나팔수를 가장 먼저 타깃으로 삼아 죽인다고 한다. 나팔수가 연주하는 곡이 병사들의 전투의지를 높여 죽음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는 의미에서 사기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군가는 군인이라는 소속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혼자가 아닌 동료와 함께 부르는 군가는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과 단결심을 배양하는 힘도 준다. 전투 중 패배의 순간에 부르는 군가가 마지막 힘을 짜내 적을 물리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역할을 하는 모습을 영화에서 보았을 것이다.

군대다운 군대라는 축면에서도 군 고유의 문화는 계속 되어야 한다. 과거 군대와는 다르게 인권이 확립되고 합리적이고 투명해진 부대 운영과 함께 군 문화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군대에서 울려 퍼지는 군가라 담장 밖으로 들려지면 국민들은 군대가 제대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을 기합이나 군가 잡는다고 생각하는 않을 것이다.

군가를 제대로 가르쳐 군에서 제대로 활용한다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신뢰받는 군대를 위해 병사 월급 더 주고, 훈련 안하는 행정적인 군대는 우리가 원하는 군대가 아니다.

군대가 군대다운 역할을 해야 한다. 일반 병사들이 군대를 마치고 나서 얻는 것이 별로 없다고 한다. 코로나 시국으로 많이 축소된 훈련이나 병사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군대다운 문화가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군 생활을 통해 사회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이 많아야 군에 대한 호감도 올라간다.

오직 군 생활 동안 경험하는 군가가 군인임을 자각하게 하고, 군가를 부르며 강한 힘을 얻는 경험을 해야 한다. 군 전역 후 만난 자리에서 함께 불러보는 군가가 있으면 좋겠다. 힘들었지만 그 당시는 그랬다는 추억을 되새기며 나누는 그들만의 우정도 군가로 마무리되면 평생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행복이다.

군복을 입고 함께 부르는 힘찬 군가 소리가 오늘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는 우리 군인들의 강인하고 늠름한 모습 그 자체다.

군가의 장점 중의 하나는 노래를 못해도 같이 부르면 잘 부르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함께 부르는 군가의 숨겨진 힘이다.

오늘 저녁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려올지 기대된다.
“군가 반동, 반동은 좌에서 우로, 군가는 진짜 사나이. 군가 시작, 하나 둘 셋 넷, 멋있는 ~~~”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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