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테랑의 시각 9]군 간부들이 고생한 만큼의 대우가 필요하다

이장호 승인 2023.04.20 11:17 | 최종 수정 2023.07.21 19:11 의견 0
장교임관식에서 신임장교가 경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장호 전 정훈병과 중령] 1990년 후반에 사당동 군인 아파트에 살던 후배가 직접 겪은 일이다. 군인 아파트가 워낙 낡고 보기 흉한 외관으로 주변을 다니는 주민들에게 불쾌감을 주어 상당히 민망했었다고 한다.

그 후배는 “공부 못하면 저런데서 산다“는 드라마 대사가 생각날 정도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얼마 전 보도된 전방 부대의 주거난이 주목을 끌었다. 병사가 줄어드는 반면 군무원기 증가하다보니 간부 숙소가 부족하다는 내용이었다. 예산 부족으로 군에서 제공하는 아파트나 BOQ(독신자 숙소)가 턱 없이 부족해 월세를 살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세가 비싸 고충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더욱이 이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어 상당 기간 고충을 감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뉴스를 보면서 당사자들의 어려움과 함께 ‘이 뉴스를 들은 일반 국민들이 군 관련 직업을 택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 부대가 대부분 외진 곳이나 별도의 지역에 있다 보니 간부들의 숙소와 편의시설이 열악하다. 병사들은 군 현대화 사업으로 현대적인 병영시설이 완비되었다. 에어컨과 히터가 항상 가동돼 오히려 간부들보다 더 좋은 시설에 살고 있다는 말도 있다.

간무들은 자신이 알아서 살아야 하는 위치고, 병사들은 간부들이 잘 챙겨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 복지의 가장 큰 차이다.

최근 국방부에서 군 초급간부들의 복무 여건이 열악해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국방부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국방부는 세미나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의견을 전투형 강군 육성을 위한 소중한 정책 발전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방안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했다.

군 간부들에 대한 호감도가 감소하고, 지원자가 줄어드는 이유 중에 가장 큰 현실적인 부분이 바로 복지 분야이다. 군 간부의 급여와 생활 여건이 타 직업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반면에 책임과 부담이 많은 것이 이 직업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병사 월급이 100만 원을 돌파했다는 사실이 군 간부들의 사기를 많이 떨어뜨렸다고 한다. 하는 일에 비해 간부들의 월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다. 업무에 대한 부담과 책임이 병사에 비해 상당히 많은 반면 대우는 이를 보상해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수한 인재를 군으로 유인할 방책이 별로 없다. 명예와 자긍심으로는 부족하다. 한 개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내 경험으로도 군 생활을 20년은 해야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다.
생활 여건도 초급 간부 시절은 주로 소도시나 외딴 지역에서 근무하다보니 복지와 편의시설은 딴 나라 얘기다. 더구나 요즘은 맞벌이와 자녀 양육과 교육 등으로 떨어져 사는 군 간부들이 많다. 국가를 위해 근무하는 간부들의 생활 여건이 너무 열악해 사회의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 도 차이가 많이 난다.

그나마 최근에 전방 부대의 군 관사와 아파트가 신축되고 리모델링되면서 그나마 좋은 시설로 변모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아직은 군 간부들의 기대에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은 개인의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위로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6.25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어가는 현실에서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미사일과 핵을 개발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위협이 증가하다보니 특히 전방에 위치한 부대들은 그동안 투자가 제한되어 왔다.

과거 1900년대는 그렇다 치고, 이제 2000년대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전쟁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군 구조 개편과 군 운영의 변화가 필요하다. 첨단 과학 무기가 지배하는 현대전에서 과거 6.25전쟁과 같은 것을 염두한 군 운영은 이제 많이 변화되었다.

‘나때는 말이야~~’로 시작했던 과거가 아직도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열정으로 어려움과 불편함을 참아야 하는 고충은 사라질 것이다. 군인이기에 앞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까지 침해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책임과 사명을 부여할 수 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거래가 필요하다.

내가 지금 사는 곳 근처에 10여 년 전에 근무했던 부대가 있다. 가끔 그 앞을 지나가지만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낡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내가 겪었던 불편함이 후배들에게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가슴이 짠하다. 이대로라면 10년 후에도 별 변화가 없고 오히려 더 불편하지는 않을까?

사회에서 임금 투쟁을 하고 파업을 하고 노사가 대립하는 그 시간에도 군 간부들은 나라가 주는 월급 받으면서 열심히 근무한다. 더 달라고 하고 싶지만 ‘국가가 알아서 주겠거니’ 하고 입 다물고 근무한다.

그런 군 간부들의 어깨가 처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열정 페이‘를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대우해주기를 바란다.

[글쓴이 이장호 중령]

1990년 육군사관학교 46기로 졸업해 정훈장교로 30여 년간 복무했다.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음. 앙골라UN평화유지군 파병 등 3회의 해외 파병과 미국 공보학교 졸업, 20여 회의 외국 업무 경험 등 군 생활을 통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아 군 업무에 활용해 나름 병과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전역 후 군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는 기자,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의 생활상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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